어디까지 오를까油

박희창 기자

입력 2021-09-29 03:00 수정 2021-09-29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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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배럴당 80달러 넘어 3년새 최고치… 100달러 예상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며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는 데다 겨울을 앞두고 원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연말 90달러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물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28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1월물은 전날보다 1.1% 오른 배럴당 80.43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가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5% 급등했다. 전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1월물도 전 거래일보다 1.99% 오른 75.45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올 들어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원유 공급 부족까지 겹쳐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원유 재고는 2015∼2019년 평균 수준을 밑돌고 있다. 허리케인 여파로 미국의 원유 생산 차질이 빚어진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다른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감산 규모를 완만하게 축소하고 있다.

여기에다 천연가스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수요가 원유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천연가스 11월물 가격은 100만 BTU(열량 단위)당 5.706달러로 마감해 2014년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천연가스 가격은 올 들어서만 102% 올랐다.

주요 전망 기관들도 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6일 브렌트유 가격의 연말 전망치를 기존 80달러에서 90달러로 10달러 올려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전 세계적인 원유 수급 불균형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에는 브렌트유가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이 제약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심수빈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다음 달 미국 산유량이 허리케인 이전으로 정상화되고 차익 실현 매물도 나오면 추가 상승 압력은 일시적으로 진정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OPEC의 증산 속도를 살펴봐야 방향성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에너지발(發) 국내 물가 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8년 만에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데 이어 도시가스, 대중교통 등 다른 공공요금도 인상될 가능성이 커 올해 물가상승률은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연간 2%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8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온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 상승세로 돌아섰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산업 구조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연쇄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유가가 오른 만큼 수출 경쟁력도 떨어져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안 좋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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