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광고없이 오직 양질 뷰티 콘텐츠만… “진심 통했다”

조윤경 기자

입력 2021-09-29 03:00 수정 2021-09-29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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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171만 등 SNS 500만 구독… 국내 단일 기업 콘텐츠론 전무후무
‘스킨케어 얼리어답터’ 타깃 설정, 상업성 배제하고 실용 정보 제공
日-베트남 등 국가별 호스트 전략, 구독자-제품판매 90% 이상 해외서


위시컴퍼니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위시트렌드TV’의 메인 호스트인 메디, 캐스퍼, 유니스(왼쪽부터)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위시컴퍼니 제공
피부 관리법을 주제로 한 ‘위시트렌드TV’ 콘텐츠의 한 장면. 위시컴퍼니 제공

‘171만 명.’

뷰티 브랜드 콘텐츠 커머스 회사 ‘위시컴퍼니’의 유튜브 채널 ‘위시트렌드TV’의 2021년 9월 말 기준 구독자 수다. 단일 기업 계정으로는 국내에서 전무후무한 수치다. 위시컴퍼니는 2013년, 자체 기업 유튜브 채널을 오픈한 지 2년 만에 1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4년 뒤인 2019년 5월엔 국내 뷰티 기업 최초로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전 세계 40여 개 소셜미디어 전체를 합친다면 위시컴퍼니 콘텐츠와 관련된 전체 구독자 수는 500만 명으로 늘어난다.

많은 기업이 유튜브와 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마케팅에 응용해 뜨거운 반응을 이끄는 데 성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 경쟁이 치열한 동영상 콘텐츠 시장, 그것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콘텐츠 플랫폼을 대표하는 유튜브에서 고객들을 록인(Lock-in)해 나간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월 1호(328호)에 실린 위시컴퍼니의 콘텐츠 및 브랜드 전략을 소개한다.

○ 채널 정체성과 고객 관심사 공략
위시컴퍼니는 먼저 유튜브 오픈 초기, 통일된 콘텐츠로 채널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물론 처음엔 여느 신생 유튜버들처럼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 여겨지는 케이팝 아이돌 가수, 한국 음식 먹방, 홍대나 가로수길 쇼핑 거리와 같은 주제로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시청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채널 구독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고 충성심이 낮은 구독자 역시 빠르게 이탈해나갔다.

위시컴퍼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킨케어를 좋아하는 얼리어답터’, 즉 스킨케어에 관심을 갖고 먼저 정보를 찾는 사람’으로 핵심 고객층을 설정했다. 고객층을 특정한 이후엔 타깃 고객을 연령대, 관심사, 관심의 정도를 나눠 세분해 각각의 그룹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물론 스킨케어에 한정된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빠른 흥행을 이끌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채널의 실구독자 수를 늘리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는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또 위시컴퍼니는 소비자들이 보고 싶은 정보를 편리하게 볼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회사의 콘텐츠 전략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영상 콘텐츠 앞에 광고가 붙지 않게 설정한 것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결정은 오로지 소비자의 편의성만 생각한 결과다. 위시트렌드TV는 상업적인 정보는 최대한 배제하고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성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구독자 수가 쌓이면서 광고 수익도 중요한 수익원이 될 수 있었을 텐데도 여전히 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자사 제품 광고를 주목적으로 한 콘텐츠 제작도 지양한다. 정보 제공을 위한 콘텐츠 특성상 반드시 필요할 때만 자사 제품을 다른 회사 제품과 함께 활용한다.

○ 글로벌 얼리어답터 시장 공략
위시트렌드TV는 개설 이후 줄곧 초기 해외 유튜브 이용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영어로 영상을 제작해왔다. 그러나 유튜버 수가 증가하면서 비영어권 소비자들에게도 자체 언어로 찾을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굳이 뷰티 관련 콘텐츠를 영어로 검색하고 자막으로 보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에 위시컴퍼니는 2019년부터 주요 고객들의 지역 분포와 언어 사용 인구를 분석해 일본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전용 계정을 만들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전용 계정은 해당 국가 국적의 호스트가 등장해 일본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로 각각 방송을 진행하게 하는 등 현지화에 힘썼다.

얼리어답터 시장은 위시컴퍼니처럼 작은 규모의 회사에는 무척 중요했다. 스킨케어처럼 고객 충성도가 높은 분야에서 얼리어답터 시장을 공략한다면 큰 투자 없이도 각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시트렌드TV의 구독자 비율이 해외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해외 99.97%)과 비례해 화장품 판매에 따른 매출 또한 해외(약 90%)가 국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또 유튜브 채널 호스트들과 장기간 협업하며 브랜드 팬덤을 형성한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 현재 위시컴퍼니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엔 총 5명의 호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위시컴퍼니와 함께한 햇수는 평균 5년 내외로, 가장 오래된 크리에이터의 경우 위시트렌드TV 유튜브 채널 오픈 초기인 2013년부터 협업해 약 8년 동안 함께했다. 오랜 시간 채널의 마스코트처럼 활동해온 호스트는 브랜드, 제품과 더불어 위시컴퍼니에 팬덤을 형성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실제로 오프라인 행사가 열릴 때마다 호스트들에게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고,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루곤 했다.

위시컴퍼니에 따르면 이 같은 콘텐츠 마케팅은 수익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콘텐츠 전략을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어느 임계치를 넘어가는 순간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위시컴퍼니는 유튜브 광고 수익이 아닌 제품 판매를 통해서만 100% 매출을 확보하는데 2019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60%나 증가했다. 실제로 위시컴퍼니 브랜드 제품은 아마존, 아이허브, 라쿠텐, 미국 ULTA 등 글로벌 커머스 사이트 판매 순위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는 “소비자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과 제품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는 콘텐츠가 최적의 수단”이라며 “마케팅을 소모적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생각하고 관리한다면 언젠가 그 가치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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