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탱크’ 또 전진… 최경주, 한국인 첫 PGA챔피언스 제패

김정훈 기자

입력 2021-09-28 03:00 수정 2021-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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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인슈어런스 13언더 우승컵
PGA 첫 진출-첫승 이어 또 새 역사
“끝났다” 평가 딛고 9년만에 정상



최경주(51·사진)는 3년 전 이맘때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갑상샘암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체중이 13kg이나 빠지기도 했다. 그는 “너무 앞만 보고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탱크’라는 별명처럼 무한 전진을 거듭하던 그는 시련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약점인 퍼팅을 보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 옛날 고향인 전남 완도의 바닷가에서 골프를 시작한 초심을 떠올리기도 했다. 아들뻘 되는 주니어 골프 장학생들과 훈련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20년 넘게 한국 골프 개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최경주가 새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만 50세 이상이 참가하는 챔피언스투어에 데뷔한 한국 선수도 지난해 그가 처음이었다.

최경주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끝난 PGA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베른하르트 랑거와 알렉스 체이카(이상 독일) 등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최경주는 지난주 챔피언스투어 샌퍼드 인터내셔널에서 연장 접전 끝에 공동 2위를 차지한 뒤 일주일 만에 정상에 섰다.

최경주는 2000년 한국인 최초로 PGA투어에 뛰어들었다.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2008년 7승까지 승승장구하다가 슬럼프에 빠졌다. ‘최경주는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작 본인은 “장거리 비행을 하려면 중간에 급유를 해야 한다”며 개의치 않았다. 그러면서 식이요법과 체력 훈련으로 체중을 10kg 줄였다. 좋아하는 김치찌개와 삼겹살도 끊었다. 롱런을 위해 날렵해져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1년 ‘제5의 메이저대회’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그가 따낸 아시아 선수 최초의 챔피언 타이틀은 거저 나온 게 아니었다.

최경주가 정규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2년 10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CJ 인비테이셔널 이후 이번이 9년 만이다. 우승 상금 33만 달러(약 3억8000만 원)를 챙긴 그는 “그동안 페블비치에서 수없이 경기했지만 오늘이 가장 행복하고 환상적인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경주는 28일 귀국한다. 30일부터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리는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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