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설명서 읽는 AI, 직원-고객 대화 녹음해 ‘불완전판매’도 검사

신지환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9-28 03:00:00 수정 2021-09-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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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기간 마친 금소법 시행 첫날
은행들 개선된 ‘핵심설명서’ 적용…상담 녹취 돕는 AI기기도 등장
1명당 50분 이상, 시간 지체 여전…비대면상품 권유 등 꼼수영업도


금융소비자보호법 계도 기간 종료 이후 첫 영업일인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에서 창구 직원이 고객에게 상품 설명 및 녹취 과정을 안내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제공



27일 오전 9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찾은 최모 씨(57)는 1시간 넘게 이어진 상담 끝에 펀드 상품 가입을 마쳤다. 최 씨는 “예전엔 물어봐야만 알려줬던 상품의 구체적인 특징과 손실 가능성 등을 행원이 먼저 설명해줘서 좋았다”면서도 “상품 가입까지 너무 오래 걸려 뒷사람 눈치가 보였다. 이 때문에 상담에 집중을 못 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최 씨가 상담을 받는 사이 펀드 상담 창구의 대기 인원은 10명 이상으로 불었다. 일부 고객은 “내일 다시 와야겠다”며 은행을 떠났다.

이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6개월간의 계도 기간을 끝내고 금융 현장에서 전면 시행됐다. 은행들은 계도 기간 소비자 불편을 초래했던 상품 설명 및 녹취 과정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주요 은행의 영업점에는 금소법에 따라 새롭게 보완된 ‘투자성 상품 핵심설명서’가 적용됐다. 보완된 설명서에는 소비자가 가입하려는 상품의 원금 손실 위험, 해지 시 불이익, 수수료 등이 예금성 상품과 어떻게 다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비교표가 추가됐다. 민원 상담이 많은 내용들은 질의응답(Q&A) 형태로 정리됐다. 3월 25일 금소법 시행 이후 계도 기간엔 은행 창구 직원들이 상품 설명서와 약관, 계약서 등을 기계적으로 읽고 전 과정을 녹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었다.

소비자와 창구 직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던 녹취 과정에 대한 보완도 이뤄졌다. KB국민은행은 ‘인공지능(AI) 금융상담 시스템’을 도입해 녹취 단계와 질문 횟수 등을 대폭 줄였다. 창구에 비치된 기계가 고객에게 상품 설명을 읽어주고 상담 내용을 녹취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모니터링해 준다.

하지만 금소법 시행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대기나 상품 가입 시간이 길었다. 이날 오전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시내 은행 영업점 5곳을 돌아본 결과 펀드 상품 하나에 가입하는 데 평균 50분 이상이 걸렸다. 금소법이 처음 시행된 3월보다는 개선됐지만 대기 시간까지 더하면 2시간 가까이가 걸렸다. 일부 영업점에선 설명이나 녹취 과정이 필요하지 않은 비대면 상품 가입을 권하거나 투자 성향 조사 결과를 임의로 조정해주는 등의 ‘꼼수’ 영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서비스들의 개편도 이어졌다. 카카오페이는 금소법 위반 소지가 있는 보험 비교 서비스를 중단하고 보험 및 투자 서비스의 제공 주체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명확히 드러나도록 화면을 개편했다. NHN페이코는 카드, 보험 등 제휴 상품의 정보를 자사 앱이 아닌 개별 금융사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금융당국은 영업 현장의 금소법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연말까지 보완 기간을 주기로 했다.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문제점을 고칠 수 있게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보완 기간 동안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조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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