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육아는 그만, 키캉스 가요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9-27 03:00 수정 2021-09-27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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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투숙땐 전담교사가 아이 돌봐주는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꾸민 객실-프라이빗 놀이시설
아이들 위해 지갑 여는 젊은 부모층에 인기 높아져


롯데호텔 제주가 운영하는 돌봄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레저 전문 교사의 손을 잡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위 사진). 그랜드조선 제주가 운영하는 돌봄 프로그램 ‘하프데이 키즈케어’에 참여한 유아동 고객과 액티비티 전담팀이 각각 블루베리 디저트 쿠킹 클래스(가운데 사진), 미끄럼틀 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각 사 제공

호텔업계 ‘키캉스’(키즈·호텔·바캉스의 합성어) 상품이 한층 진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이 막히고 국내여행이 활성화하면서 업계 핵심 고객으로 떠오른 키캉스족을 고정 수요로 사로잡기 위해서다.

최근 키캉스 상품은 돌봄 프로그램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길어진 ‘집콕’ 육아에 지친 부모들이 아이를 호텔에 맡긴 채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것. 기존 유아동 프로그램과 달리 부모가 함께 참석하지 않아도 전담팀이 아이만 따로 돌봐준다.

그랜드조선 제주는 전담 교사에게 아이를 3시간 동안 맡길 수 있는 객실 패키지 상품을 이달 출시했다. 자녀가 케이크 만들기, 액자 만들기 등 활동을 즐기는 동안 부모는 객실에서 쉬거나 관광을 할 수 있다. 롯데호텔 제주가 운영하는 돌봄 프로그램은 회당 인원수를 4명으로 절반가량 줄이고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보다 안전하고 프라이빗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일반 객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키즈룸’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롯데호텔 월드는 기존 객실 12개를 인기 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 캐릭터를 활용한 객실로 탈바꿈했다. 자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 채색 도구, 캐릭터 수제 쿠키 등도 제공한다. 서울신라호텔은 최근 스위트 객실을 아동 전용 놀이공간으로 재단장하기도 했다. 편백나무 칩으로 채운 풀장, 친환경 소재로 만든 장난감 등을 비치했으며 오전과 오후 각 한 가족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놀이시설이다.

이 같은 유아동 특화 상품은 실제 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럭셔리 소비를 즐기는 젊은 부모들이 주 고객이다. 롯데호텔 제주에 따르면 지난달 돌봄 프로그램 이용률은 전년 같은 달보다 3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자녀 동반 고객이 많은 주말엔 브레드 이발소 객실부터 먼저 찬다”며 “전용 상품에는 아이가 안전하게 놀 거리가 많아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고급 식당과 카페에 ‘노키즈존’이 확산한 것도 키캉스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당, 카페 등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즐기기 어려워진 유아 동반 가족의 수요가 호텔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식당처럼 열려 있는 공간과 달리 호텔은 객실을 비롯해 프라이빗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서비스가 강점”이라며 “각종 특화 상품을 통해 럭셔리 서비스를 즐기려는 부모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녀 동반 고객의 경우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있는 것도 업계 입장에선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부모들은 온·오프라인 양방으로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기 때문에 입소문이 잘 나고 다양한 채널로 홍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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