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넘는 창업공간’ 만드는 포스코

포항=이건혁 기자

입력 2021-09-27 03:00 수정 2021-09-27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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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UP Together, 세상을 바꾼다]<2> 포스코 체인지업 그라운드

16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의 스타트업 창업공간 ‘체인지업 그라운드’에서 첫 입주사 간담회가 끝난 뒤 입주사를 환영하기 위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7월 개관한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높은 기술 수준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육성 플랫폼 구축을 위해 포스코 투자로 마련됐다. 포항=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포스코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될 회사들의 보금자리다. 스타트업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올해 7월 개관한 경북 포항시 포스텍 캠퍼스에 위치한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 ‘체인지업 그라운드’. 16일 열린 첫 번째 입주사 간담회에서 포스코 관계자들이 향후 운영계획, 유튜브를 활용한 홍보 대행, 투자 유치 프로그램 등을 설명하자 창업자들이 귀를 기울였다. 스마트센서를 개발하는 노드톡스 문경식 대표(51)는 “포항에 기반을 둔 회사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런 근사한 곳에 회사를 차리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스타트업 플랫폼을 ‘태평양 서안’에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2019년 12월 체인지업 그라운드 공사를 시작했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 설립된 스타트업 공간 중 최대 규모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나 운영 지원 없이 포스코 등 민간기업 자본과 인력으로만 운영된다.

체인지업 그라운드와 인근에 있는 바이오-오픈 이노베이션센터에는 총 99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7월 기준 76개 회사가 자리를 잡았다. 건물 내부는 가운데를 비워놓은 ‘ㅁ’자 구조로 설계됐다. 입구인 2층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게 개방적인 느낌을 줬다. 5∼7층에 위치한 스타트업 사무실들은 모두 외부 전경을 볼 수 있도록 배치됐다.

층마다 있는 다양한 크기의 회의실, 공용 주방, 안마의자를 갖춘 1인 휴식공간 등은 정보기술(IT) 대기업 사무실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초음파 영상장비를 개발하는 옵티코 김철홍 대표(43)는 “서울이나 경기 성남시 판교에도 이 정도 인프라를 갖춘 창업 공간은 없다. 쾌적한 환경 덕분에 젊은 인재들의 근무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학교 기반 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건물 명칭 ‘체인지업(CHANGeUP)’의 영문 표기에는 ‘e’만 소문자로 표기해 ‘창업’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국내 최고 공과대 중 하나로 꼽히는 포스텍에서 박사학위 취득자들의 창업 비율은 약 5%로 미국 주요 대학의 30% 선보다 낮은 수준이다. 포스코 측은 “체인지업 그라운드로 창업을 자극해 벤처기업 생태계를 육성하면 향후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선순환 구조 구축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포스텍을 배후에 두고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 온라인 쇼핑 위주의 다른 창업 공간들과 달리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적합한 환경 구축에 힘을 썼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신소재 및 기술을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했을 때 문제가 없는지 시험하기 위해 실험동(파일럿 플랜트), 상용 설비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폐플라스틱 연구업체 이옴텍 박영준 대표(53)는 “학교가 보유한 연구시설이나 수천만 원대 계측기 등을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체인지업 그라운드로 스타트업의 창업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지원해 세계적 수준의 회사로 키워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포스코그룹과의 협업은 물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판로 개척, 투자 연계 등도 준비하고 있다.

박성진 포스코 산학협력실장은 “스타트업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기획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사가 꾸준하게 나올 수 있는 스타트업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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