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아들 위해 100만원대 패딩을…‘MZ세대 부모’가 판 키운 고가 아동복

박성진기자

입력 2021-09-26 15:35 수정 2021-09-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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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 씨(31)는 최근 네 살 배기 아들을 위해 100만 원대 명품 패딩을 구매했다. 이 씨가 겨울이면 입고 다니는 패딩과 같은 브랜드,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이었다. 이 씨는 “아이와 ‘패밀리룩’을 연출하며 느끼는 행복감이 돈보다 중요하다”며 “최근엔 고가 아동복 중고 거래도 활발해 잘 입히다 팔면 가성비면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부모가 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고가 아동복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MZ세대가 자녀를 위해서도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가 아동 패션 부분의 매출 신장률은 가파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5일까지 아동 명품 신장률은 44.3%로 전체 명품 신장률(35.3%)을 앞섰다. 몽클레르 앙팡, 지방시키즈 등 아동 전문 수입의류 편집숍들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수입 명품 뿐 아니라 국내 고가 아동복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키즈가 올 가을·겨울 시즌 신상품 매출(8월~9월15일)은 전년 동기 대비 170%가 올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저학년 초등학생이 전면 등교하면서 손주, 조카를 위한 선물 수요도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저출산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아동복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소비 행태를 꼽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는 고가의 상품을 특별한 것이 아닌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같은 맥락에서 자녀에게도 럭셔리 상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아이에게 지원을 몰아주는 골드 키즈 현상도 아동복 소비 증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출산율이 줄고 아이가 귀한 시대가 되면서 가족 구성원들이 손주, 조카 등의 선물용으로 고가 아동복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유통업계는 브랜드 다양화를 통해 고가 아동복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압구정본점 지하2층을 리뉴얼하면서 명품 아동 브랜드를 강화했다. 기존 입점해 있던 펜디키즈 등에 이어 추가로 지방시키즈, 몽클레르 앙팡 등을 입점시킨 것이다. 최근 개점하고 있는 백화점들 입장에서도 명품 아동 브랜드 입점은 필수다. 대전 신세계는 몽클레르 앙팡, 버버리칠드런, 랄프로렌칠드런 등의 문을 열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도 명품 키즈 편집샵 ‘퀴이퀴이’에서 19개 명품 브랜드의 키즈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패션업체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올해 3월 온라인 전용 아동복 브랜드 보보트리를 선보였다. MZ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해온 국내 최대 쇼핑 플랫폼 무신사는 유아동복 시장 진출을 검토에 나섰다. 무신사의 최대 소비자가 MZ세대인만큼 이들의 아동복 구매력을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성진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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