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식재산기반 혁신으로 위기에 응전을

동아일보

입력 2021-09-27 03:00 수정 2021-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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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래 특허청장

게티이미지코리아

‘도도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여러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친숙한 동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있는 도도새를 직접 볼 수 없다. 모리셔스섬이 주는 풍족함 속에 날개까지 퇴화한 도도새는 인간이 섬에 발을 들여놓은 지 200년도 지나지 않은 1681년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도도새처럼 날지 못하는 펭귄은 추운 남극에서 적도상의 갈라파고스제도까지 서로 다른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지금까지 살고 있다. 결국 새들도 변화해야 멸종을 피할 수 있다.

세계적 석학인 아널드 토인비와 조지프 슘페터가 위기 극복을 위한 ‘불굴의 도전정신’과 ‘창조적 변화’를 각각 ‘응전’과 ‘혁신’이라 부르며, 이를 가지지 못한 문명과 기업은 결국 도태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 세계는 지금 보호무역주의의 대두와 공급망 재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근래 보지 못한 불확실한 상황에 있다. 도전에 맞서는 ‘응전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혁신역량’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등이 132개국의 혁신역량을 평가한 2021년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역대 최고인 세계 5위에 오른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거둔 결과라 의미 또한 남다르다.

이번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지식재산, 인적 자본과 연구개발투자, 전자정부 등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특히 지식재산 관련 9개 지표 중 4개 분야에서는 세계 1위에 올랐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내 지식재산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WIPO 국제특허출원에서 11년 만에 세계 4위를 차지했고, 국내 산업재산권 출원도 전년도에 비해 9.1% 증가했다. 지식재산분야에서의 국제적 위상도 높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과 함께 지식재산 5대 강국의 일원으로 국제 지식재산권 발전을 선도하고 있으며, 많은 개도국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앞으로도 특허청은 지식재산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회복과 도약을 주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우선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디지털 환경에서 창출되는 새로운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국내외 기술 탈취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특허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고 활용을 촉진함으로써 산업혁신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그간 우리나라가 숱한 국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에게 ‘응전의 유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강의 기적’이나 1997년 외환위기 조기 극복이 대표적 사례로 해외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금 ‘응전의 유전자’와 ‘지식재산기반의 혁신역량’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현재의 위기’도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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