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 확대… 제2의 헌터라제 성공신화 만든다

조선희 기자

입력 2021-09-27 03:00 수정 2021-09-2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GC녹십자
담도 폐쇄증-유전성 신경 퇴행 등
3개 희귀질환 美-日산학협약 추진
국산 혈우병 치료제 중국 첫 진출도



2012년 GC녹십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헌터증후군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의 시장 출시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해 치료 환경을 개선했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IV 제형)과 일본(ICV 제형)에서 연달아 품목허가 승인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희귀의약품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헌터라제를 개발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희귀질환 파이프라인 확대…글로벌 산·학 협력 추진

GC녹십자는 올 한 해에만 미국, 일본의 산·학과 총 3건의 희귀질환 관련 계약을 진행했다. 7월 GC녹십자는 미국 미럼 파마슈티컬스의 소아 희귀간질환 신약 ‘마라릭시뱃’의 국내 개발 및 상용화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마라릭시뱃은 알라질 증후군(ALGS),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답즙정체증(PFIC), 담도 폐쇄증(BA) 등 희귀질환을 적응증으로 미국 및 유럽 허가 절차와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약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ALGS과 BA에 대해서는 간이식 외 허가된 치료제가 없다. 회사 측은 내년 ALGS를 시작으로 세 가지 적응증에 대한 순차적인 국내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전성 신경퇴행 질환에 대한 두 가지 공동 연구 및 개발 계약도 맺었다.

미국 스페라젠과는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SSADHD)에 대한 세계 최초 신약(First-in-class)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 SSADHD는 유전자 결함으로 체내 효소가 부족해 생기는 희귀질환으로 뇌전증 및 운동 능력·지적 발달 지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평균 백만 명 중 한 명꼴로 만 1세 전후에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GC녹십자는 스페라젠으로부터 SSADHD 단백질 생산 관련 특허 권리를 부여받으며, 스페라젠은 미국 현지에서 식품의약국(FDA)의 맞춤형 약물 개발 회의 절차 및 신규 환자 확보를 위한 신생아 스크리닝 과정을 맡는다.

또 지난달 GC녹십자는 일본 돗토리대와 GM1 강글리오시드증의 경구용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 질환은 신경퇴행과 함께 발작, 근육 약화 등이 동반되며 일반적으로 6세 미만의 소아기에서 10만 명당 1명꼴로 발병된다. 양측은 GM1 강글리오시드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규 후보 물질 발굴을 목표로 협력하며, 임상시험부터는 GC녹십자가 단독으로 진행해 추후 글로벌 상업화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SSADHD와 GM1 강글리오시드증 모두 시장에 출시된 치료제가 없다.

국산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치료제, 중국 최초 진출


GC녹십자는 8월 유전자 재조합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중국 상품명:녹인지)’의 중국 품목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혈우병 치료제가 중국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허가는 그린진에프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회사 측의 전략적 노선 선회의 뜻깊은 결과라는 점이 주목된다. GC녹십자는 2016년 미국 임상을 조기 중단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에 집중하겠다고 공표하며 ‘개발 리스크’ 논란에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 결과 GC녹십자는 그린진에프의 중국 임상에서 주요 평가 지표를 모두 충족하는 결과를 얻었다. 1차 평가 지표인 지혈 및 출혈 예방에서 치료제 주입 후 8시간 이내에 증상이 개선된 환자가 80%에 달했으며, 2차 지표인 연간 출혈·관절 출혈 빈도가 94%가량 개선됨을 확인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헌터라제’ 중국 승인 후 연달아 희귀의약품의 허가가 이어지며 중국 내 희귀의약품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잠재력-사업 매력도 높은 희귀질환 시장 공략


GC녹십자가 이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는 희귀의약품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세계 최초 신약이 개발될 경우 후발 주자는 시장 진입이 어렵고 국가별로 희귀의약품 개발에 대한 지원책이 잘돼 있다. 미국 FDA는 △세금 감면 △허가신청 비용 면제 △동일계열 제품 중 최초 시판허가 승인 시 7년 독점권 부여 등 희귀의약품의 신속한 승인을 위한 유리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 역시 최근 희귀질환 개발 특혜 제도를 도입하며 시장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는 2019년 백신, 혈액제제와 함께 희귀의약품을 연구개발(R&D) 3대 과제로 설정했다. 그는 “희귀질환 영역이 약물 개발 속도 및 시장 성장성 등 여러 부문에서 매력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RED 본부를 활용해 이 분야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