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미 넘었다…“올해 전국 집값 상승률 10% 육박”

황재성기자

입력 2021-09-23 13:27 수정 2021-09-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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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말까지 전국 집값 상승률이 10%에 육박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수도권 선호지역의 전월세 상승에 따른 수요 확대로 매매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근거로 제시됐다.

2006년(11.6%) 이후 전국 집값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해는 없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8월말까지 전국 집값은 이미 7%선을 넘어선 상태다. 게다가 최근 들어 집값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어, 두 자릿수 상승률 전망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올해 집값 전망을 내놓은 부동산 전문기관들의 예상치와 실제 상승률이 큰 격차를 보임에 따라 이들 기관의 시장분석 능력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 올해 전국 집값 상승률, 두 자릿수 가능성
우리금융 경영연구소는 매월 발표하는 분석보고서 ‘경제브리프’ 9월호에서 올해 전국 집값 상승률을 9.96%로 전망했다. 반올림을 한다면 10.0%로 사실상 두 자릿수 상승률로 볼 수 있다.

이 연구소는 2월까지만 해도 전국 집값이 4.54%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가 3월 5.56%, 4월 6.44%, 5월 7.14%로 각각 수정 조정했다. 이어 다시 8월에 다시 9.96%로 높였고, 9월에도 이를 유지했다.

연구소는 이에 대해 “정부의 세제·대출 규제, 다년간 계속된 집값 급등에 따른 관망수요, 중장기 공급물량 확대, 기준금리 인상 등과 같은 부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수도권 선호지역의 전월세 상승에 따른 수요 확대로 매매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수도권 주택매매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1.88%를 보이며, 10개월 연속 1%를 웃돌았던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은 서울의 경우 아파트에 대한 수요 지속으로, 경기와 인천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교통 호재에다 서울 집값 부담에 따른 풍선효과 등과 같은 요인들이 각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하반기에 오름폭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즉 1분기(3.92%)와 2분기(3.37%)에 집값 상승률이 3%대에 머물렀지만, 3분기 2.00%, 4분기 0.36%로 각각 내려앉는 모양새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 2011년 상승률 6.9%는 이미 넘었다
우리금융 경영연구소의 집값 통계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활용하는 한국부동산원과 다른 KB국민은행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은 8.35%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해 집값 상승률(5.36%)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올해 6월부터 부동산원이 집값 조사 대상을 대폭 늘리면서 두 기관의 집값 상승률 격차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게다가 부동산원의 최근 집값 추이를 고려해도 우리금융 경영연구소의 전망은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전국 집값은 7.00% 올랐다. 최근 10년 새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며 떠들썩했던 지난해 기록(5.4%)는 물론 2011년 상승률(6.9%)마저도 이미 넘어선 상태다.

게다가 우리금융 경영연구소의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집값 상승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집값 상승률은 1월 0.79%에서 2월 0.89%로 높아졌다가 3월(0.74%)에 조금 꺾인 뒤 4월(0.71%)과 5월(0.70%)까지는 낮아지는 모양새를 이어갔다. 하지만 6월(0.79%)에 접어들면서 다시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했고, 7월(0.85%)과 8월(0.96%)에는 더욱 확대됐다.

● 크게 어긋난 부동산 연구기관의 전망
한편 올해 집값이 2006년(11.6%) 이후 15년 만에 두 자릿수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전문 연구기관들의 시장 분석 능력이 또다시 부실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해 말 올해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가 올해 6월 5.5% 상승할 것으로 수정했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주택산업연구원(1.5%)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2.0%) 등도 실제 가격상승률을 크게 밑도는 예상치를 내놓았다.

국토연구원이나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 한국부동산원 산하 한국부동산연구원 등 공공연구기관들은 아예 집값 전망을 내놓지 않아서 이런 논란을 비켜섰다.

하지만 신뢰할 만한 시장분석과 제시를 통해 시장참여자들의 올바른 시장참여를 유도할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일부 기관은 자체 분석 결과 올해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는데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빈축마저 사고 있다.

민간 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공공연구기관들이 2020년까지는 시장 분석을 통한 집값 전망을 내놓았지만 올해는 약속한 것처럼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며 “집값 상승 전망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부담스러워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책임 있는 공공연구기관의 자세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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