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카오식 문어발 확장 제동… M&A심사에 이용자수 포함

세종=김형민 기자

입력 2021-09-23 03:00 수정 2021-09-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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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몸집불리기 감시 강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매출액 기준 외에 이용자 수 등 거래 규모를 기업결합 심사 대상 기준에 포함하기로 했다. 매출액이 작은 소규모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문어발식 확장’을 해온 카카오 등 빅테크의 몸집 불리기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공정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대상 기준에 매출액과 자산 등의 회사 규모 외에 콘텐츠나 이용자 수 등의 거래 규모 등을 포함할 방침이다. 현재는 합병 대상 2개 회사 중 1곳의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 원 이상이고 나머지 1곳의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 원 이상이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12월 30일부터는 거래 금액(인수 비용)이 6000억 원 이상이면서 국내 시장에서 월간 100만 명 이상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거나 국내 연구개발 시설 임차 혹은 연구 인력 활용 비용이 300억 원 이상이면 기업결합 심사를 받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허 기술 등을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큰 경우 시장 경쟁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달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을 판단하는 새로운 심사 지침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는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여기에다 다운로드 수나 페이지뷰 등의 이용 기준을 추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 수가 많은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될 수 있다. 기업결합 심사에서 경쟁 제한성을 판단할 때도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대상 확대에 나선 이유는 카카오 등 빅테크의 문어발 확장을 견제하기 어려운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자산이나 매출액 등의 외형은 작지만 이용자가 많아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 인수의 경우 자산과 매출액 중심의 현행 기준을 적용하면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해외를 포함해 2014년 36개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58개로 급증했다. 상장 전 매년 10개 안팎 증가했던 계열사 수는 상장이 이뤄졌던 2017년부터 매년 20여 개씩 늘었다. 꽃집, 퀵서비스, 방문 수리, 택시 승차, 엔터테인먼트, 내비게이션, 미용, 대리운전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에서 진입장벽이 높은 은행·보험 등에도 발을 들여놨다. 이 결과 카카오는 71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자산 총액 기준으로는 18위이지만, 계열사 수로는 SK(148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카카오는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급격히 불렸지만 인수 대상 기업의 덩치가 작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수월하게 심사를 통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는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44건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았고 모두 승인을 받았다. 공정위는 2017년 8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홀딩스의 기업결합을 혼합결합으로 보고 간이심사 방식으로 승인했다. 이듬해 카카오와 카카오엠의 결합 때도 마찬가지 이유로 승인했다. 윤 의원은 “현행 기업결합 심사 기준상 플랫폼 업체의 기업결합은 대부분 안전지대에 해당하여 심층 심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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