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뷰]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과 에너지 정치 과잉

조영탁 한밭대 교수·경제학

입력 2021-09-23 03:00 수정 2021-09-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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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한밭대 교수·경제학

최근 발표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연장선상에서 2030년 우리나라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NDC) 상향이 논란거리다. 오랜 기간 에너지 정책과 관련 분야에 몸담아온 사람으로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국민경제 측면에서 유럽 등 많은 선진국은 1990년부터 배출량이 줄어드는 내리막길이어서 약간의 가속 페달만 밟으면 감축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한국은 1990년부터 최근까지 거의 2.5배로 급증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짧은 기간 무리한 감축은 국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유턴하기에 앞서 속도를 줄이듯이 30년 감축목표는 보수적으로 하고 당분간은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감소를 안정적인 감소추세로 전환하면서 감축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제도정비에 주력해야 한다.

둘째, 한국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는 특이하게 국민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개도국인 중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높다. 제조업 중에서도 제철, 화학, 정유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국민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산업은 또 다른 주력산업인 전자, 자동차, 조선 등과 연관되어 있다. 이들 산업의 설비 효율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획기적인 감축에 필요한 공정전환 등의 신기술은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수년 내에 대폭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셋째, 단일산업으로 배출량이 가장 많은 전력산업은 이미 과거에 제출한 NDC 달성을 위해 석탄설비의 40%에 달하는 물량 조기폐쇄와 가동제약 그리고 가스발전으로의 전환이란 큰 부담을 떠안은 바 있다. 현재 논의되는 NDC 목표가 35% 이상으로 상향되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완료되는 기존 원전을 계속 운전하지 않는다면 다시 석탄발전을 추가로 폐쇄하거나 가스발전으로 대체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에 따른 보상비용과 전기요금 부담은 차치하고, 석탄설비의 추가적인 폐쇄나 가동중지는 자칫 지역별 계통불안정과 수급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국민경제, 제조업 그리고 전력산업의 측면에서 볼 때 2030년 NDC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상향하고 2030∼2050년 사이 감축의 가속페달을 밟는 것이 한국경제에 부담과 충격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탄소중립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다. 탄소중립의 바이블로 불리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Net Zero by 2050)조차 감축경로는 각국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보수, 진보 정부 가릴 것 없이 감축 목표에 자꾸 무리수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5년 임기 정부가 한국경제 운명을 좌우할 에너지 정책을 정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계획이 ‘과잉 정치화’될수록 내용은 ‘과소 전문화’되고, 특정 전원(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에 대한 ‘정치적 확신’이 커질수록 ‘계획의 불확실성’은 증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국 정치권의 진영 논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에너지 문제 역시 ‘원전 올인’과 ‘탈원전’의 냉온탕을 오가면서 소모적인 정치공방을 벌였다. 이제는 차분히 머리를 맞대고 실사구시의 탄소중립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 구호는 고작 5년이면 끝나지만 한국경제는 안정적인 탄소중립으로 순항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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