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자신감’ 넘치는 정의선 “미래 위해 뭉칩시다”

이건혁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9-13 03:00 수정 2021-09-1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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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기대 커지며 관심 한몸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와 수소차 투 트랙으로 갑니다. 2025년부터 수소차 수요가 많이 늘 것입니다.”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 참가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향후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수소차가 빠르게 늘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 전기차와 함께 커질 것이다” “다른 회사들은 경쟁자이면서 함께 가야 하는 대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현대자동차의 ‘트레일러 드론’.
당시만 해도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정 회장의 ‘수소 구상’은 불과 3년 만에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국내 15개 기업 총수들이 참여한 ‘수소기업 협의체’를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했고 11일 폐막한 ‘수소모빌리티+쇼’에선 수소 상용차 실물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수소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재계에서는 국내 수소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정 회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며 자신의 인맥과 회사의 역량을 동원해 ‘수소 동맹’ 구축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정 회장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소 기술 확보에 집념을 보인 건 역사가 짧지 않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수소연료전지 개발 부서를 설치하며 시작된 수소 행보는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경영진에 합류하며 가속도가 붙었다. 정 회장은 그룹 부회장이 된 2013년에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 전기차인 투싼ix를 선보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수소전기차 넥쏘의 자율주행을 시연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 회장의 수소 자신감은 외부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수소를 언급하면서 드러난다. 해외 고위 관계자가 현대차를 방문하면 정 회장은 어김없이 넥쏘 시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초 당시 미 에너지부 차관인 마크 메네제스를 만난 자리에서도 수소전기차 넥쏘를 직접 소개하는 등 열정을 드러냈다.


최근 정 회장의 수소 경제 행보는 단연 ‘장벽 없는 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 회장은 올해 2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수소 연구개발(R&D)에 여러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포스코와 손을 잡았다. 3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며 수소경제 협의회의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6월에는 정 회장이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 최태원 회장, 최정우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초대해 ‘9월 수소기업 협의체 설립’에 의견을 모았다.

정 회장이 주도하는 분위기가 잡히자 다른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정 회장과 개인적인 인맥이 있는 일부 총수들은 직접 ‘협의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평소 다른 기업 CEO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 온 부분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 회장은 수소 투자를 통해 수소전기차뿐 아니라 연료전지 시장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투자자 유치를 위해 내년 상반기(1∼6월) 개최할 수소 인베스터데이에 정 회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소 경제에 있어서는 국내 누구보다 정 회장이 전문가인 만큼 국내에서 수소 산업을 구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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