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덤 공간에 차량 전시까지…MZ세대, 백화점 1층을 바꾸다

김하경기자

입력 2021-09-12 15:27 수정 2021-09-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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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과 명품 매장이 주를 이뤘던 백화점 1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화장품·명품과는 무관한 아이돌 팬을 위한 공간이나 차량 전시, 마트 등 다양한 매장으로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의 전통적인 고객층인 4050세대를 넘어 미래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현대백화점은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함께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1층에 ‘인더숲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각종 고가 화장품과 명품 매장이 있는 층에 들어선 데다, 특히 구찌, 불가리 등 인기 명품 매장 사이에 위치해 있어 방문객에게 다소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인더숲 팝업스토어
인더숲 팝업스토어 안으로 들어가면 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도심 속 힐링 숲’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446㎡(약 135평) 크기에 푸른 인조잔디가 깔려있고, 매장 곳곳에서는 은은한 음악과 함께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매장은 대형 포토존과 함께 의류·생활소품·F&B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 100여 종을 선보이고 있다. BTS와 세븐틴 등이 출연하는 하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인더숲’을 모티브로 한 데다, 일정 금액 이상의 상품을 구매할 경우 BTS나 세븐틴 테마 그래픽이 적용된 손수건도 증정해 팬덤의 발걸음을 이끈다.

더현대서울이 백화점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1층에 기존 매장과 전혀 다른 매장을 배치한 것은 떠오르는 고객층인 MZ세대를 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SNS상에 더현대서울이 자주 언급되고 있어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MZ세대 고객을 겨냥한 팝업스토어를 연 것”이라며 “1층을 시작으로 백화점의 주요 공간을 젊은 고객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로 채워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팝업스토어는 1~2주 가량 짧게 운영되지만 인더숲 팝업스토어는 두 달 동안 운영될 예정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팝업 스토어도 대개 한 달가량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방침이다. 실제로 인더숲 팝업스토어와 함께 같은 날 더현대서울 5층에 문을 연 디올의 팝업스토어는 한 달 간 운영된다.

지난달 중순 문을 연 롯데백화점 동탄점도 1층에 럭셔리 브랜드 사이로 이색 공간과 매장을 배치했다. 영국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인 ‘더콘란샵’을 입점시키는 한편 3D LED 전시관인 ‘AIT Square’(에이트스퀘어)도 조성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지난해 말 영등포점을 리뉴얼하면서도 1층에 음식점과 라이프스타일, 패션 편집숍을 배치했다. 리뉴얼 오픈 당시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쇼룸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리뉴얼 중인 동래점 역시 1층을 카페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로 변경하고 있다”며 “미래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다양한 고객이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브랜드들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대전점 1층에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마세라티의 모바일 쇼룸을 두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타임스퀘어점을 리뉴얼하면서 잡화와 화장품으로 구성돼있던 리빙관 1층을 ‘푸드마켓’이라는 이름의 슈퍼마켓으로 구성해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각종 과일이 배치된 청과코너를 볼 수 있다.

백화점 3사의 1층이 변모하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다변화된 고객층을 잡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의 자기 감정과 개성에 충실한 20대는 구매욕구가 높아 의외로 소비를 많이 하는 세대”라며 “4050세대가 최근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하고 있는 반면 MZ세대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경험하는 소비를 선호하고 있어 이들의 니즈를 대형 백화점이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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