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잡으려다 서울 집값 다 놓쳤다

뉴시스

입력 2021-09-12 07:43 수정 2021-09-1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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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잠잠했던 강남지역의 집값 오름세가 강북 등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집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을 겨냥한 세금과 대출 등 다양한 규제 대책을 쏟아냈으나, 오히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되레 집값이 오르는 ‘규제의 역설’이 현실화했다.

특히 강남 집값이 상승하면서 서울 외곽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도 덩달아 오르는 ‘키 맞추기 현상‘이 뚜렷해지는 등 서울 집값은 최근 6주 연속 0.2%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또 강남발(發) 상승세가 강북 도심 등 비강남권에까지 확산하면서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 경신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가 견인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넘어설 정도로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고가·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해 상반기 기준 3.18%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 3.01%를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0.12%)을 시작으로 4개월 연속(0.28%→0.40%→0.67%) 상승 폭을 확대했다.

이후 3기 신도시와 도심 공공재개발 등의 계획이 담긴 2·4 공급대책이 발표된 이후 올해 3월 0.49%, 4월 0.43%로 오름폭이 소폭 감소했다. 4·7보궐선거 이후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5월 0.48%에서 6월 0.67%로 다시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강남지역 집값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값을 견인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4구로 불리는 동남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15억1757만원을 기록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1월 이후 처음으로 15억원을 넘어섰다.

구별로는 서초구가 18억7339만원으로 상반기 4.20% 상승하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강남구(18억1880만원·3.94%), 송파구(13억4198만원·4.52%), 강동구(8억3583만원·3.46%)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집값이 지난달부터 6주 연속 0.20%대 상승 폭을 기록하며 두 달 사이 1% 넘게 폭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0.21% 올라 지난주 동일한 상승 폭을 유지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송파구(0.27%)는 신천·잠실동 재건축 등 인기단지 위주로, 강남구(0.26%)는 도곡·개포동 인기단지 위주로, 서초구(0.25%)는 잠원·서초동 일대 재건축 위주로, 강동구(0.21%)는 명일·고덕동 등 주요 단지와 길·천호동 구축 위주로 상승했다.

강북지역에선 노원구(0.27%)는 상계·월계동 재건축 위주로, 용산구(0.23%)는 원효로·용문·이촌동 주요 단지 위주로, 마포구(0.20%)는 신공덕·신수동 일대 구축 위주로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 부족과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우려 등으로 거래는 줄었으나 강남 등의 인기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세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서울 모든 지역에서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 지난 7·8월 역대 최고가인 26억2000만원에 2건이 거래된 뒤 지난달 11일 26억2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또 노원구 중계동 염광아파트(전용면적 84㎡)가 지난달 26일 9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이전 신고가를 경신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각종 규제 대책이 오히려 강남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6·17, 7·10 대책 등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 등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부의 잇단 규제로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도가 높아졌고, 4·7 재보궐 선거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고가주택 위주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또 집값 상승세가 장기화하자 내 집 마련 주택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 등 다른 지역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서울 전체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다. 각종 규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규제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물 잠김 현상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강남지역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고, 상승세가 서울 전역을 확산했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기대감이 겹치면서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지역의 집값이 급등했다”며 “집값 상승세가 장기화하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으로 몰리면서 중저가 단지들도 덩달아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이어지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을 체감할 때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고, 매물 잠김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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