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운’ 없는 쌍용차 인수戰 SM그룹 vs 에디슨 2파전

김우정 기자

입력 2021-09-11 17:18:00 수정 2021-09-11 17: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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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져가든 현실 타개 어려워”

“쌍용자동차에 대해선 뭐라 말하기가 참 조심스럽다. 툭 치기만 해도 쓰러질 수 있으니까. 쌍용차는 ‘주인 운’이 없는 것 같다. 최근 인수전을 봐도 회생 묘수가 없어 안타깝다.”
자동차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쌍용자동차(쌍용차)를 두고 이와 같이 평했다.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차. 이번엔 ‘주인 운(運)’이 따를까. ‘코란도’ ‘무쏘’ 등 인기 모델로 국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을 개척한 쌍용차는 오랜 부침을 겪었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 속에서 1998년 대우그룹에 매각된 이래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 등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해 6월 마힌드라가 지배권을 포기, 같은 해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해 지금까지 인수자를 찾고 있다. 인수 금액은 1조 원(공익채권 3900억 원 포함) 안팎으로 추산된다.

인수 금액 1조 원 추정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은 9월 15일까지 인수제안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인수를 원하는 업체가 매각 금액·사업 계획 등을 뼈대로 제안서를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우선협상자를 선정한다. 현재까지 국내외 11개 업체가 쌍용차 인수 의향을 밝혔다. 이 중 △SM(삼라마이다스)그룹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카디널 원 모터스 △케이에쓰 프로젝트 컨소시엄 △퓨처모터스 컨소시엄(가나다순) 등 5개사가 예비실사·자문사 선정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업계 안팎에선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주된 후보로 꼽히는 모양새다. SM그룹은 재계 순위 38위로 자산 10조4000억 원(지난해 기준)을 바탕으로 한 자금력,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 메이커로서 자동차 생산 노하우가 강점으로 꼽힌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왼쪽). SM그룹 계열사 남선알미늄 자동차사업부문 설비. [사진 제공 · SM그룹]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의 셈법은 어떨까. SM그룹은 쌍용차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SM상선 IPO(기업공개)를 통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그룹 안팎에선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 나온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인수합병 귀재’로 불린다. IMF 구제금융 위기를 호기 삼아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불렸다. 인수→정상화→사업 다각화로 이어지는 ‘정공법’을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SM그룹은 지난해 회생 절차에 돌입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화진’을 인수했고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또 다른 부품업체 ‘지코’ 인수 우선협상자로도 선정됐다. 자동차 부품 제조 노하우가 있어 완성차 브랜드도 인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자동차 부품(남선알미늄), 내장재 표면처리(SM화진), 전기차 배터리(벡셀) 등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SM그룹 관계자는 “인수 준비 상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오른쪽).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 모델. [사진 제공 · 에디슨모터스]
또 다른 유력 주자 에디슨모터스는 전기상용차 생산 기업이다. 1990년대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로 출범했으나 2015년 중국 타이치그룹에 팔려 TGM(타이치그린모터스)이 됐다. 방송사 PD 출신 사업가 강영권 회장이 2017년 인수해 에디슨모터스로 다시 사명을 바꿨다. 지난해 서울시 전기버스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다만 에디슨모터스의 덩치(지난해 매출 약 900억 원)를 고려하면 쌍용차 인수가 무리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에디슨모터스 측은 사모펀드 운용사 KCGI,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 동원력을 강화한 모양새다.

이에 대해 강영권 회장은 9월 1일 ‘주간동아’와 전화 통화에서 “2~3년에 걸쳐 1조에서 1조5000억 원가량의 인수자금과 운영자금, 연구개발비를 준비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에디슨모터스를 유상증자하거나 지분을 팔거나 해 어떻게든 회사(쌍용차)를 잘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싹싹 빌며 인수 추진 않을 것”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왼쪽)과 쌍용차 첫 전기차 모델 ‘코란도 이모션’. [사진 제공 · 쌍용자동차]
무리한 인수라는 우려도 있는데.

“혹자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고도 말한다. 한 번 따져보자. 현재 쌍용차는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평가받는 실정이다. 반면 에디슨모터스는 날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쪽이 알찬 새우이고 어느 쪽이 빈껍데기인가.”


인수에 나선 이유는?

“에디슨모터스의 전기버스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그런 점에서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쌍용차가 내놓을 전기차(코란도 이모션) 주행거리가 307㎞로 알려졌다. (주행거리가) 어정쩡해 잘 안 팔릴 것으로 보인다. 에디슨모터스가 보유한 기술로 주행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다. 내연차 생산 규모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되 전기차 생산을 당장 5만 대 정도, 중장기적으로 10만 대 이상으로 늘리고자 한다.”


쌍용차를 살릴 복안이 있나.

“중국에 팔린 에디슨모터스를 내가 다시 인수했다. 만년 적자 회사를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쌍용차를 인수한다면 마찬가지로 회생시킬 자신이 있다. 원재료비 절감이 핵심이다. 원래 85%였던 에디슨모터스의 원재료비 비중을 현재 60% 수준으로 줄였다. 그러면서도 품질과 디자인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 쌍용차도 원재료비 절감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개발비의 경우 회사 규모에 맞춰 가능한 선에서 현실성 있게 투입해야 한다. 이미 에디슨모터스가 상당한 비용으로 쌓은 기술이 있다. 이를 쌍용차에 접목하면 2000억 원 정도로 전기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자금력과 자동차 부품 제조 경험을 지닌 경쟁자도 있다.

“만약 그런 것이 중요한 장점이라면 그러한 (장점을 지닌) 회사가 인수해야 한다. 쌍용차를 정말 잘 끌어나갈 수 있다면 박수 치며 보낼 수 있다. 다만 부품 제조업체가 완성차 생산으로 바로 가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전기버스 생산 노하우가 축적된 당사가 강점이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만 바라보지 않는다. (에디슨모터스의 인수를) 환영하지 않는데 싹싹 빌어가면서 인수를 추진할 생각은 없다. (쌍용차) 임직원이 ‘저 작은 회사가 우리 회사를 인수할 능력이 있느냐’며 안 따라준다면 깔끔히 포기할 것이다.”

인수전 분위기가 달아올랐지만 쌍용차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8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7월 전 직원 순환 무급 휴업에 돌입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반기 첫 전기차 모델 ‘코란도 이모션’ 출시를 필두로 4년 내 전기차 5종을 개발하는 발전 방안도 내놨다. 다만 기업 청산가치(9820억 원)가 존속가치(6200억 원)보다 높다는 분석(7월 EY한영회계법인 조사 보고서)이 나오는 등 시장 평가는 냉랭하다.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이제 전기차를 출시해 언제 선두주자를 따라잡을지 의문” “현재 쌍용차는 생산직원 상당수가 무급 휴직 중임에도 생산에 차질이 없다. 달리 말하면 인력 절반을 구조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누가 경영권을 잡아도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일각에선 인수 후보들이 수도권 아파트 가격 폭등 속에서 쌍용차 공장 부지(경기 평택시 소재)에 눈독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또 매물로 나올까 우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쌍용차 인수전이 노이즈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설령 인수가 성사돼도 인공호흡기만 붙일 뿐, 3년쯤 있으면 또다시 시장 매물로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테슬라도 전기차 시장에서 흑자를 보기까지 10년 이상 걸렸다. 이미 현대·기아자동차와 품질 차이가 현격히 벌어져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쌍용차 정상화 및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앞으로 인수업체가 5조 원가량은 군말 없이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쌍용차를 인수하든 현실을 타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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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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