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통증에 계단도 못 올랐는데…‘제대혈 줄기세포 수술’ 뒤 축구공도 ‘뻥’[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통영=양종구 기자

입력 2021-09-11 14:00:00 수정 2021-09-1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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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왜 그러지.”

황덕진 씨가 경남 통영 청구풋살구장에서 공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는 평생 몸관리하며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통영=양종구 기자 yjongk@dogna.com
‘축구광’ 황덕진 씨는 63세이던 2013년 오른쪽 무릎에 큰 통증을 느꼈다. 계단을 못 오를 정도였다. 공을 차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평생 이런 일이 없었다. 여기저기 지방 병원을 찾았지만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했다. “어느 병원에선 전혀 문제없으니 공을 차라고 했고, 어느 병원에선 절대 축구하지 말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2014년 초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내에서 제대혈 줄기세포 무릎수술을 받는다는 신문 기사를 접했다. 퇴행성관절염으로 무릎이 아파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히딩크 감독이 수술을 받으면 걸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귀가 솔깃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언론 보도를 본 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을 찾았습니다. 퇴행성관절염으로 오른쪽 무릎 연골이 다 닳은 상태였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수술하면 축구할 수 있나요?’ 송 원장이 ‘6개월 뒤 축구할 수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수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4년 3월이었다.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은 갓 태어난 아이 탯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아픈 무릎에 이식시킨다. 치과에서 충치를 제거하듯 없어지거나 찢어진 연골을 깨끗하게 걷어내고 무릎 골수에 구멍을 내서 줄기세포를 이식시킨다. 그럼 연골이 다시 생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근원세포인 줄기세포는 손상된 신체조직을 치유, 재생시키는 기능을 한다. 2014년 1월 수술한 히딩크 감독은 그해 말부터 카트 및 지팡이에 의지 하지 않고 골프를 칠 정도로 회복됐다.

황 씨는 수술하고 회복한 뒤 병원에서 제시한 레그 익스텐션과 레그 컬 등 무릎 주변 근육 강화 훈련에 집중했다. 경남 통영의 축구동호회인 통영 FC 소속인 그는 “축구를 하기 위해 재활전문가까지 찾았다. 재활을 잘 해야 다시 공을 찰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공을 드리블하며 좌우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무릎 주변 근육이 탄탄하지 않으면 통증이 올 것 같았다”고 했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과거 MRI(자기공명촬영)가 없을 땐 허벅지 근육이 빠지면 관절염으로 진단했다. 연골이 닳아 관절염이 생기면 근육 생성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황 씨는 연골이 재생되면서 다시 근육을 키워 수술 1년 뒤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었다. 근육운동을 병행하며 주 2회 공을 찼다.

황덕진 씨가 경남 통영 청구풋살구장에서 드리블-패스 연습을 하고 있다. 통영=양종구 기자 yjongk@dogna.com
“제에게 축구는 삶의 활력소입니다. 어릴 때 논에서 친구들과 공을 차며 시간을 보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축구 덕에 회사에서 인정받았습니다. 그런 축구를 못한다는 것은 저에게 사형선고와도 같았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하사관으로 군입대한 그는 한동안 축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군대를 마치고 대우그룹이 인수한 신아조선에 둥지를 튼 그는 사내 체육대회 때 축구선수로 참여하면서 다시 축구와 연을 맺게 됐다.

“1977년이었습니다.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사내 체육대회를 했는데 제가 축구선수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풀백이었는데 오버래핑까지 하고 골까지 넣으니 뒤집어졌죠. 당시 조기축구에 가입해 매일 공을 찼습니다.”

황덕진 씨(왼쪽)가 대한민국 명품 시니어 축구단 로얄 FC 회원인 이회택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과 포즈를 취했다. 황덕진 씨 제공.
축구동호회에서 이름이 알려지면서 주말엔 전국을 돌아다니며 축구를 했다. 생활체육 축구계에서는 그의 이름 석자를 모르면 ‘간첩’으로 불릴 정도였다.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출신인 이회택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속한 로얄 FC 등 전국 유명 축구동호회와 친선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황 씨는 사실 술 때문에 무릎이 고장 났다. 그는 “회사에 다닐 때 영업부에 있다보니 술을 자주 마셨다. 매일 조기축구를 했는데 땀을 쫙 빼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고 했다. 그는 “축구하기 전날엔 술을 더 많이 마셨다. 축구하면서 땀을 쫙 빼면 되니까”라고 했다. 축구를 하고 나면 다시 술을 마셨다. 대부분 동호회축구 회원들이 이렇게 생활하고 있다. 술을 마신 다음날 축구를 하면 피곤한 상태에서 무릎을 과하게 사용하게 돼 연골에 무리를 준다. 무릎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었던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젊었을 때는 허벅지 및 무릎 주변 근육이 강해 버티지만 나이 들면서 근육이 약해지면서 연골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관절염이 오게 된다”고 한다. 축구를 오래 하기 위해선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동네 친구들과 축구를 시작한 황 씨는 평생 축구를 하며 이를 인식했기에 재활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이다.

황덕진 씨(왼쪽)가 경남 통영 청구풋살구장에서 열린 통영 FC 자체 경기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통영=양종구 기자 yjongk@dogna.com
“솔직히 줄기세포 수술이 아니었다면 제가 축구를 다시 하지 못했을 겁니다. 연골이 새롭게 자랐기 때문에 과격한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송준섭 원장 때문에 제가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물론 수술도 중요하고 재활도 중요합니다. 전 축구를 다시 하기 위해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송 원장은 “줄기세포 수술의 목표가 모든 운동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연골을 재생시킴으로써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다. 다만 수술 이후 축구 등 특정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주변 근육을 키우는 노력은 개인적으로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히딩크 감독뿐만 아니라 ‘천하장사’ 장성우도 수술해 주목을 받았다. 고교시절 장성우는 ‘박리성 골관절염’으로 유명 대학병원에서 은퇴를 권유해 씨름을 포기할 뻔했다. 박리성 골관절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지속적 통증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박리성 골관절염은 퇴행성관절염으로 조기 진행되는 원인이 될 수 있어 나이 들어 자칫 걷지도 못할 수도 있다. 운동을 해야 하는 선수에겐 치명적인 질병이다. 하지만 정성우는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을 포함해 두 번에 걸친 수술 끝에 연골을 재생시켜 씨름을 계속할 수 있었고 천하장사까지 올랐다.

송 원장은 “무릎 연골 줄기세포 치료법은 획기적이다. 그동안 60세 이전에 퇴행성관절염이 오면 보통 65세까지 기다렸다 인공관절을 하라고 했다. 인공관절의 수명이 15년에서 20년이기 때문이다. 50대에 퇴행성관절염이 오면 10년 넘게 고생하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줄기세포 치료법은 나이에 상관이 없다. 젊을수록 연골 재생이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수술은 65세 이전까지는 언제든 해도 완치율이 높다. 70세 이후는 수술 후 회복기간이 길어진다.

황덕진 씨(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통영 FC 친선 경기 때 상대팀과 포즈를 취했다. 황덕진 씨 제공.
황 씨는 2년 3개월 전에는 허리 디스크로 고생했다. 헬스클럽에서 근육운동하다 허리를 삐끗했는데 무리하게 축구를 강행한 뒤 요추 4,5번 사이 디스크가 돌출한 것이다. 다음 날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바로 수술했다. 그는 “병원에서 축구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축구를 포기할 순 없었다”고 했다. 수술한 뒤 다시 재활에 들어갔다. 황 씨는 “2년 넘게 허리 및 다리 근육 키우는 데 집중했다. 무릎 수술한 뒤 했듯 허리 주변 근력을 키워야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황 씨는 요즘 오전엔 피트니스센터에서 상하체 근육을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오후엔 걷고 달린다. 인조잔디축구장을 한바퀴씩 걷고 달리기를 번갈아 24바퀴를 달린다. 약 9km다. 그는 “축구를 하기 위해 마치 신앙처럼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축구를 다시 시작한 지 약 1개월이 된 그는 통영 FC가 주 2회 공을 차는데 이젠 주 1회만 참가하고 있다. 좋아하던 술도 꼭 필요할 경우 월 1회로 줄였다.

황덕진 씨(왼쪽)가 경남 통영 청구풋살구장에서 열린 통영 FC 자체 경기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통영=양종구 기자 yjongk@dogna.com
황 씨는 “주위에서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 무릎에 이어 허리 수술까지 하고 축구를 하고 있으니…. 그래서 소문이 다 났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다 줄기세포 수술 받고 축구하고 있다고. 이 나이에 이렇게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이젠 절대 무리하지 않고 몸 상태 봐가며 천천히 공을 찰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관절염이 올 경우 무릎 수술이 중요하다. 그와 더불어 근육운동으로 꾸준히 몸 관리해야 평생 공을 찰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통영=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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