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입주자… ‘은행’ 앞에서 줄서며 왜 밤새나?
뉴시스
입력 2021-09-10 16:00 수정 2021-09-10 16:01
입주를 앞둔 세종시 한 아파트 주민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 발표 후 각 은행의 집단대출 중단과 한도 축소로 불이익을 받는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0일 제일풍경채 위너스카이 입주예정자 협의회에 따르면 입주를 앞두고 집단등기 업체와 약 2개월 전부터 잔금대출을 위한 은행 섭외 등 사전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애초 1금융권 6개 은행과 2금융권 약 2~3개 은행이 기관 당 약 200억~300억원 한도, 금리 최저 2.7%~3.1% 수준으로 참여하기로 추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위한 정책 발표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급 반전됐다. 은행들은 금융위원회 규제와 관련된 공문을 핑계로 집단대출을 포기하거나 한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상황은 이후 더욱 악화해 농협과 지역농협이 대출 중단을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하나은행 역시 시작도 못 하고 중단했다.
또한 나머지 1금융 기관도 승인을 유보하거나 한도액을 대폭 줄여, 사실상 1금융 기관에서의 집단대출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협의회는 신협, 새마을 금고 등 2금융권을 긴급 수배해 겨우 대출 수요를 감당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1금융권 대출이 전면 불가해 짐에 따라 입주자들의 궁박한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대출금리까지 폭등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출 중단 선언 전 이미 오를 대로 오른 1금융권의 대출금리는 3.3~3.4%까지 제안 되다가, 현재 특정 은행은 3.7% 제안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집단대출은 은행 간의 상품 경쟁으로 개별 대출 보다 저리로 제안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완벽하게 뒤바뀐 상황이다.
상황이 이래지자 10일 새벽부터 세종시 수협 한 지점에서는 대출을 받기 위해 밤을 새워서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대출이 급속도로 규제되자 이에 불안함을 느낀 입주자들이 전날부터 은행 앞에서 밤을 새운 것으로 5년 전 은행의 적금 특판 사태 이후 처음 목격된 광경이었다.
김대연 입주예정자 회장은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 정책은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 대출까지 싸잡아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다”라며 “1금융권 대출 포기 등으로 대출 공급이 축소돼 기준 금리 인상을 뛰어 넘는 금리까지 왜 실수요자가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다 2금융권 이상의 고금리 시장에 몰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며 우리 아파트 뿐만 아니라 인근 단지, 그리고 이후 입주 예정인 전국 모든 아파트 입주자에게 곧 닥칠 현실이다”라며 “정부와 기관은 지금 당장 대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수요자 대출 문제를 조속히 들여다보고 즉시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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