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대신 스테이크에 와인…홈추족이 바꾼 명절 식탁 풍경
사지원 기자
입력 2021-09-08 16:24 수정 2021-09-08 17:04
동아DB
고향에 내려가기보다 집(Home)에서 추석을 보내는 ‘홈추족’들이 늘면서 식탁 풍경도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선물인 굴비와 한우 대신 와인이나 채끝 스테이크 등 고급 음식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 1인가구라서 혼자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들에게는 견과류나 육포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선물세트도 인기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판매 추이를 조사한 결과 와인(51.5%), 스테이크(20%), 애플망고·샤인머스켓(27%) 같은 이색적인 선물세트의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올랐다. 굴비(9.7%), 축산(6.6%), 청과(4.7%) 등 전통적으로 명절에 주고받는 선물세트 매출 증가세보다 높다. 추석 때 선물세트를 들고 귀성하기 보다는 집에 머무르면서 와인과 스테이크, 혹은 고급 과일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와인은 홈추 트렌드가 자리잡은 지난해 추석 이후 필수 아이템이 됐다.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 중 와인 매출의 비중은 11.3%로 처음으로 굴비 매출 비중인 6.2%를 넘어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올 추석 선물세트 매출 중 와인세트의 비중은 20% 정도로 이대로라면 굴비 비중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스테이크와 애플망고·샤인머스켓 선물세트도 각각 정육과 청과 선물세트 매출액 중 30%를 넘는 비중을 차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색 상품으로 만든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바이어가 직접 경매에 참여한 ‘직경매한우 스테이크(50만 원)’, 안심과 채끝스테이크로 구성된 ‘R고리 레이니 스페셜(56만 원)’ 등이 있다. 스테이크와 어울리는 프리미엄 와인 상품도 판매한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이달 리뉴얼하면서 들여온 부르고뉴 와인 전문 매장 ‘버건디&’는 500여 종의 부르고뉴 와인을 취급한다. 부르고뉴 와인은 보르도와 함께 가장 유명한 프랑스의 와인 생산지 중 하나다.
마트에서는 3~5만원 대로 가성비까지 잡은 건식품 선물세트가 1인 가구 혼추족을 중심으로 인기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에서 견과류 선물세트와 육포 선물세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38.3%, 64.9% 올랐다. 이에 롯데마트는 볶음아몬드, 호두, 캐슈넛 등으로 구성한 ‘넛츠 10종(4만7000원)’, 국내산 쇠고기 우둔살로만 만든 ‘국내산 쇠고기 육포세트(4만8000원)’ 등을 판매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선물로 명절을 보내려는 알뜰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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