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재택 늘자, 식탁이 커졌다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9-08 03:00 수정 2021-09-08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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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원격 수업-홈파티 등 늘어
식탁이 생활중심 ‘핵심가구’ 떠올라
올 상반기 판매액 작년比 53% 늘어
6인용은 코로나 前보다 매출 25%↑




서울 마포구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이현빈 씨(26·여)는 올해 초 4인용 원형 테이블과 간이 의자 두 개를 구매했다. 평소 끼니를 때우던 1인용 접이식 밥상은 치운 지 오래다. 이 씨는 “이제 집은 퇴근 후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재택근무하고 친구들과 교류하는 곳이 됐다”며 “번듯한 식탁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바꾼 집안 가구는 식탁이었다. 본보가 주요 가구업체들의 코로나19 전후 3개년의 품목별 판매 신장률을 살펴본 결과 식탁 판매가 가장 많이 뛰었고 대형화 추세도 뚜렷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2021년(상반기 기준) 한샘의 품목별 가구 판매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식탁 판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했다. 이어 서재(40%), 침대 매트리스(20%), 소파(12%)의 차례로 판매액 증가폭이 컸다. 식탁이 바뀌며 싱크대를 비롯한 주방가구도 크게 바뀌었다. 현대리바트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2020년 1월∼2021년 6월) 직전 동기간보다 많이 팔린 가구 품목을 조사한 결과 주방가구 매출이 40%대로 뛰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식탁의 대형화 추세가 뚜렷했다. 현대리바트에 따르면 6인용 식탁 매출이 코로나19 이전보다 25% 증가하며 전체 가구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구색 맞추기용이던 6인용 식탁이 주력 상품으로 떠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며 “1, 2인 가구는 4인용 식탁을 찾고 4인 가구는 6인용 식탁을 찾는 등 큰 식탁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정모 씨(62)도 최근 재건축이 완료된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8인용 식탁을 샀다. 정 씨는 “두 아들이 분가해 남편과 둘이 지내지만 취미생활을 공유하거나 함께 요리할 수도 있고 가족모임도 집에서 이뤄지다 보니 식탁만큼은 대형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식탁이 커진 건 코로나19로 집밥, 재택근무, 홈파티 등 실내 생활이 모두 식탁을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식탁이 주방 한편을 벗어나 거실의 ‘핵심 가구’로 떠오르는 트렌드도 생겼다. 대학생 김영현 씨(26)는 최근 식탁을 거실로 옮기고 소파를 다른 쪽으로 치웠다. 김 씨는 “재택근무를 하는 아버지도 넓은 식탁을 찾아 부엌에 자주 오시다 보니 아예 자리를 옮겼다”며 “쾌적한 거실에 식탁을 두니 집중도 잘되고 밥도 더 맛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식탁의 변신’이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달라진 실내 생활 문화를 반영한다고 진단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TV와 소파를 중심으로 기존 거실이 갖던 휴식 기능은 방으로 이동했다”며 “이제 거실은 식탁을 중심으로 업무, 공부, 취미생활 등이 이뤄지는 복합적인 공간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집이 가족,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다차원적인 공간이 된 만큼 주요 가구의 대형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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