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입 최소화해야”…국책연구기관도 부동산 정책 비판

김호경 기자

입력 2021-09-07 19:56 수정 2021-09-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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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9.6/뉴스1 © News1

세금과 대출 규제 중심의 집값대책과 공공 주도의 공급대책을 뼈대로 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택시장을 왜곡했다고 국책연구기관들이 공식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를 지난달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주도로 국토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산하의 주택금융연구원이 참여해 작성됐다. 총 719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의 정책연구실적이 담겼다.

연구진은 현 시장 상황에서 대해 “투자수요와 투기수요에 대한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투기수요 억제에 초점을 둔 정책들을 추진해 오히려 실수요마저 위축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부동산) 시장 균형을 왜곡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택 정책의 목표는 주택시장 안정인데 ‘주택가격 안정’으로 목적을 축소해 정책을 추진하면 주택 구입-처분-보유-거래 단계에서 부작용을 초래하는 정책 수단을 과도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부작용으로는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를 강화한 점을 꼽았다. 매매 시장 안정이라는 취지와 달리 전세 공급을 줄여 전세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임대주택 대부분을 민간 다주택자가 공급하고 있는데, 다주택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위축시키고 원활한 공급을 저해했다”고 했다. 2017년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하던 정부가 지난해부터 혜택을 줄이거나 폐지하면서 결국 세입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임대차3법’에 대해서도 “전세 매물이 줄고 전세 보증금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세입자를 위한 제도가 세입자를 궁지로 몰았다”며 “정책 수단 간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주택 문제에 대한 근본 진단 없이 정책 이념에 따라 조세 및 대출 정책의 틀을 바꿔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공급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2015~2019년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 중 공공 비중은 13.2%, 서울은 5.1%에 그쳤다. 연구진은 “민간과 함께 하지 않고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은 한계가 있다. 민간이 직접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분양시장 정상화를 위해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관리지역 제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출 규제에 대해선 “주택 대출 규제를 한국처럼 엄격하게 시행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자기 자본이 부족한 실수요층의 주택 구입 기회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정부가) 실정(失政)의 책임을 국민 탓으로 전가하고 부동산 불로소득부터 바로잡겠다고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들었다”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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