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줄고 공급은 쏟아질텐데…‘누구나집’ 우려 3가지

황재성기자

입력 2021-09-07 11:37 수정 2021-09-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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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자료사진) 2021.6.10/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여 정부가 추진하는 ‘누구나집’의 구체적인 사업방안이 어제(6일) 확정 공개됐다. 당정은 이 사업이 무주택 서민,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분양전환 임대주택이라고 자평했다. 사업을 주도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심지어 “혁명적인 방법”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앞으로 10년 간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전제가 있어야 10년 뒤를 내다보고 임차를 할 텐데,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이런 상승세가 계속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내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고,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공급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공급 과잉 우려마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전분양제 도입 등으로 민간의 부담이 커진 점도 ‘누구나집’의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줄어드는 인구…수요 감소 불가피
집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일반적으로는 인구와 세대수, 경기 상황, 주택 공급량, 부동산 정책 등을 핵심 요소로 꼽는다. 현재 상황에서 10년 뒤 경기 상황과 부동산정책을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추정이 가능한 요소를 고르면 인구와 세대수, 주택공급량 정도다.


인구는 ‘인구재앙’이 시작됐다는 말로 요약될 정도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합계출산율’이다. 통계청의 ‘2020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1970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세계 198개국 가운데에서도 최하위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다.


출생아 추이도 우려를 갖게 한다.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300명이 줄었다. ‘데드크로스(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초과)’가 처음 발생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출생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내년부터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가 줄고 인구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최초로 인구 감소가 발생했다”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혼인이 많이 감소해 향후 출생아 수는 더 감소할 여지가 있고, 사망자 수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자연감소는 조금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에 서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출산율로 가시화되고, 2022년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최악(저위) 시나리오인 0.72명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놔 우려를 키우고 있다.


10년간 주택공급 봇물…일시적인 공급과잉 우려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8.30/뉴스1 © News1
반면 정부가 앞으로 2030년까지 공공과 민간을 합친 주택공급 물량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말 그대로 ‘폭탄’ 수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가 8월25일자로 발표한 ‘16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올해부터 2030년까지 공급될 주택은 모두 563만 채로 추정됐다. 연평균 56만3000채로 직전 5년간 연평균 물량(54만 채)보다 4% 정도 많다.


수도권의 경우 314만 채, 연 평균 31만4000채로 직전 5년간 연평균 물량(27만7000채)보다 13%나 늘어난다. 특히 아파트는 연평균 23만5000채로 직전 5년(18만9000채)보다 무려 24% 이상 증가한다.


이처럼 공급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면 집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은 올해 3월 정부의 ‘2.4대책’을 반영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 수도권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 ‘수도권 중장기 주택공급 효과와 시사점’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4대책’으로 앞으로 10년간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6.4%포인트(p)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4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수도권에 30만8000채가 공급되면서 하락요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또 같은 기간 서울의 연평균 순증물량 4만 채와 경기·인천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순증물량(3만4000채)까지 감안하면 서울의 주택가격 연평균 상승률에 1.03%p, 10년 누계로 10.3%p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여기에다 “주택공급이 본격화되는 2023년 이후 주택공급의 가격하락 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급격한 금리 상승과 같은 외부충격 발생 시 수도권과 서울의 주택시장의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커지는 민간사업자 부담…사업 추진 난항 우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서 민간 사업자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게 사전청약 확대 시행이다. 정부는 공공택지 내 민간업체의 공급물량도 사전청약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대상물량은 올해부터 2024년 하반기까지 공공이 조성한 택지를 분양받을 민간업체의 공급물량의 85%이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 앞으로 매각할 공공택지에 대해선 6개월 이내에 사전청약을 실시하는 조건을 붙여 매각하기로 했다.

문제는 최소 3년 뒤 시장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분양가를 현시점에서 미리 정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잖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부는 사전청약물량의 분양가를 시세의 60~80% 수준에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민간업체가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집은 이익이 나더라도 상한선이 있어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양전환 시점에 집값이 하락할 경우 민간사업자의 손해가 불가피한 구조이다.


입주자가 보증금 명목으로 사전에 미리 정한 분양가의 10% 이상만 내면 시세 85~95%의 임대료를 내며 거주할 수 있고, 10년 후 분양으로 전환해 집을 소유할 수 있다. 만약 분양으로 전환할 때 집값이 올랐다면 상승분은 전액 입주자가 가져갈 수 있다. 반면 집값이 떨어졌을 때 입주자가 입주를 거부하면 사업자는 보증금을 돌려주고, 발생하는 손실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따라서 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이런 손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보전 방안 등은 내놓지 못했다.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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