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 GBC 터파기 공사 10월→내년 7월로 연기…사업계획 바뀌나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9-06 15:20 수정 2021-09-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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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홍보관 투시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옛 한국전력 부지에 진행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의 새로운 방향성이 내년 7월 이전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일 서울시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GBC 사업의 4번째 환경보전방안서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7월 신청한 새 계획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새 계획에는 터파기 공사 착수를 내년 7월로 연기하고, 3층 규모의 GBC 홍보관을 코엑스 맞은 편 영동대로변에 짓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2019년 서울시의 건축허가 때에는 터파기를 다음달 시작할 예정이었다. GBC 사업 홍보시설과 사업 추진 실무조직 사무실이 꾸려질 홍보관은 이달부터 공사에 들어가 내년 5월 준공이 목표다. 터파기 공정은 높이, 면적, 동 수 등 해당 건축물의 건축 방향에 따라 제각각으로, 건축 방향이 확실히 결정돼야 진행이 가능하다.

569m의 105층 빌딩과 호텔 등 부속건물을 2026년까지 짓는다는 계획의 토대는 이번 환경보전방안서에서는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더 이상 GBC 사업을 미루기 어려운 여건에 있는 걸 감안할 때 내년 터파기 때에 맞춰 규모 변화 등 GBC 사업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보관 건립 또한 이에 맞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현대차그룹이 GBC 사업을 위해 서울시에 지불한 공공 기여금으로 지어지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가 2028년 초 준공을 목표로 올해 6월 착공됐다. 통상 1년여의 터파기를 거쳐 4, 5년 간 고층 건물이 지어지는 걸 감안할 때 사실상 내년부터 GBC 공사가 본격화돼야 환승센터 개장에 일정을 맞출 수 있다. 이 환승센터는 영동대로 지하에서 고속철도, 서울 지하철 2·9호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GBC와 코엑스를 연계하는 서울시 동남권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의 핵심이기도 하다. 2014년 현대차그룹이 GBC 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매입한 후 7년 넘게 건축이 본격화되지 않으면서 인근 삼성동 상권의 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점도 현대차그룹에는 부담이다.

현대차그룹은 공식적으로는 “GBC 계획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발표된 원안 외에 밝힐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축에만 4조 원 정도가 추산되는 GBC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적으로는 국내외 전문가들을 접촉하며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규모를 50~70층의 2, 3개 동으로 바꾸고, 외부 투자자에게서 건축비를 조달해 공동 개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의 영등포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를 비롯해 일본의 도쿄 도심 재개발 등에서 활용되는 사업 방식이다.

관건은 GBC 사업을 당초 허가받은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강남구의 반발이다. 강남구는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GBC 계획 변경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정순균 구청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면담을 요청하고, GBC 원안 추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상징) 건물의 확보와 이를 통한 관광객 유치 등 경기 활성화를 위해 초고층 건립이 필요하다”는 게 강남구의 논리다.

하지만 초고층 건물은 강풍 등 악천후에 견딜 수 있는 비싼 건축자재가 필요하고, 건축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위성으로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하는 등 1개 층을 올릴 때 일반 건축물보다 건축비는 2배 가까이 든다. 준공 후 유지비 부담 또한 만만치 않아 세계적으로도 중국, 중동을 제외하면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축 계획을 찾아보기 어렵다. 2010년 이전까지 수도권에서 추진되던 100층 가량의 건축계획 상당수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만 실현됐을 뿐 첫 삽도 뜨지 못했거나 계획이 대폭 축소됐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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