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세금 땜질’…내년 적자보전액 4조 역대최대

세종=김형민 기자

입력 2021-09-06 03:00:00 수정 2021-09-06 11: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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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금 바닥… 적자 눈덩이
정부-정치권, 개혁 손놓아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꾸기 위해 내년에 4조1000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이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4조1000억 원을 반영했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2001년부터 세금으로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공무원연금 재정수지는 3조73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공무원연금의 적자 규모는 지난해 4조7709억 원, 올해 4조1839억 원에 이른다. 공무원연금 재정의 적자가 커지면서 정부 보전액 규모는 2001년 599억 원에서 2015년 3조 원으로 늘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2조 원대의 세금이 들어갔다.

내년 공무원연금 보전액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느는 이유는 공무원 퇴직자와 연금 수급자가 예상보다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무원 퇴직자가 급증해 공무원연금에 8000억 원이 더 들어가게 됐다. 내년도 공무원연금 수급자도 60만6782명으로 올해(56만2342명)보다 4만여 명 늘어난다. 기재부 관계자는 “퇴직 인원과 수급자가 늘어 정부 보전액도 급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수급자(퇴직연금+유족연금)는 지난해 53만2000명에서 2060년엔 갑절이 넘는 106만5000명으로 불어난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적자 규모는 정부의 보전액 등을 포함해도 2020년 2조1000억 원에서 2060년 21조4000억 원으로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수 늘리면서 연금개혁은 손놓아… 정부-정치권, 미래세대에 부담 전가” 지적
세금으로 메꾸는 공무원연금


공무원연금 적자가 불어나고 있지만 연금 개혁 논의는 2015년 한 차례 개혁 이후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다. 현재 공무원연금 구조는 공무원들이 월급의 9%(국민연금은 4.5%)를 내고 정부가 사용자 부담금으로 역시 9%를 납입해주는 식이다. 정부는 2015년 공무원연금 적자 문제가 심각해지자 4차 개혁을 단행해 보험료율을 7%에서 9%로 올리고 지급률은 1.9%에서 1.7%로 인하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 적자 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무원연금 적립금이 소진돼 재정수지 적자를 (정부) 보전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공무원연금의 재정 개선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 늘어나는 공무원, 손놓은 연금 개혁
이런 상황에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공무원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9만9456명 늘어난 113만1796명이다. 여기에다 올해 중앙부처 공무원과 내년 지방공무원 증원 계획을 더하면 문재인 정부에서만 11만3628명의 공무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무원 인건비도 11조 원이 늘었다. 노무현 정부(12조2000억 원) 다음으로 증가 폭이 크다.

나머지 공적연금 역시 불어나는 적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군인연금 적자 규모도 지난해 2조7457억 원, 올해 2조8038억 원에서 내년에 2조9077억 원으로 커진다. 사학연금은 2023년부터 8662억 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도 이르면 2040년경 고갈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상 정부가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공적연금은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이지만, 적자가 불어나면 사학연금, 국민연금 역시 세금을 투입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과 정부는 연금 개혁에 대해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직사회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연금 개혁을 꺼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 일부 대선 주자들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 수를 많이 늘리면서 연금 개혁을 꺼내지 않는 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더 내고 덜 받는 개혁 해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을 포함해 국민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 정부 부담은 지난해 7조3902억 원에서 2025년 10조4381억 원으로 급증한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공적연금을 개혁하려면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연금학회, 한국인구학회, 서울대인구정책연구센터가 올해 6월 발표한 학술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보험료를 현재 18%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지급률을 국민연금 수준에 근접한 1.5% 이하로 낮춰야 적자 규모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다. 윤석명 연금학회장은 “앞서 단행된 공무원연금 개혁에도 적자 규모가 줄지 않고 오히려 커진 것은 개혁의 수준이 미미했다는 증거”라며 “하루빨리 연금 개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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