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빈틈’… 일부 지구, 지정 한달 걸려 투기 못막아

김호경 기자 , 최동수 기자

입력 2021-09-06 03:00:00 수정 2021-09-06 03:24:4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중소 택지개발 지자체에 지정 권한, 지난달 30일 발표 이후 절차 돌입
한달간 합법적 투기에 문열어준 셈… 구역 인근 풍선효과로 과열 조짐
지정공고 5일뒤 효력 발생도 문제… ‘즉시 효력’ 법안 상임위 문턱 못넘어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신규 택지로 지정해 5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발효된 경기 의왕시 초평동 일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땅 사겠다는 문의는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그런데 땅 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죠.”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비닐하우스가 띄엄띄엄 있는 밭이지만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투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구월동이 포함된 ‘구월2지구’를 1만8000채 규모의 ‘미니 신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뒤부터다. 대다수가 개발 이익을 노린 투기 성격이 짙지만 당분간 이 같은 거래를 막을 수 없다. 투기를 차단하기 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직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호가가 계속 오를 텐데 정부가 투기세력에 투자처를 찍어주는 거 아니냐”고 했다.

정부가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엔 ‘구멍’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경우 한 달가량 걸리는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지역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 인천 구월2, 구리 교문, 한 달간 투기 못 막아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발표된 신규 공공택지 10곳 중 경기 의왕 군포 안산과 화성 진안2 등 7곳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발효됐다.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인 곳을 제외한 9곳 중 7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사려면 반드시 관할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은 직접 거주해야 하고, 농지는 실제 경작해야 한다.

문제는 당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대상에서 빠진 구월2지구와 경기 구리 교문지구는 이르면 이달 말에나 지정될 예정이라는 것. 그 전까진 개발 이익을 노린 매매가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공백이 생긴 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은 국토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개발 예정지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하지만 중소 규모 개발지는 지자체장이 지정하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지난달 30일 이후에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절차에 돌입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려면 택지 내 주소를 일일이 알아야 하는데 국토부가 개발 정보 유출을 우려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미리 준비할 수 없다”고 했다.

○ 구역 밖에서는 풍선효과로 집값 자극

제도상 ‘맹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에 지정된 신규 공공택지 중 가장 규모가 큰 경기 의왕·군포·안산지구 인근인 의왕시 삼동이 대표적이다.

신축인 ‘의왕파크푸르지오’(전용면적 84m²)는 정부 발표 직전 9억∼10억 원이던 호가가 현재 12억 원까지 치솟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의왕역 정차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 데 따른 것이지만 정작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빠졌다. 이번 택지 개발 계획에 포함된 지역이 아닌 데다 GTX-C의 의왕역 정차가 공식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경기 화성시 병점동 일대도 화성 진안 2지구 광역교통대책에 따라 지하철 1호선 병점역이 교통 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주체가 국토부 장관이든 지자체장이든 지정되면 공고 이후 5일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가 올 4월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효력 발효 직전 5일간 막바지 매수가 몰렸다. 이 기간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 118m²는 역대 가장 비싼 26억 원에 거래됐고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 115m²는 35억 원에 팔리며 기존 최고가(2019년 10월 26억8000만 원)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런 빈틈을 보완하기 위해 올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즉시 발효하도록 부동산 거래 신고법 개정안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발의로 올라와 있지만 아직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못 넘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효과는 일시적으로 가격을 눌러놓는 수준인데 이마저 즉시 효력이 생기지 않아 제 효과를 못 내고 있다”며 “법 개정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