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또 2%대 상승… 추석 장바구니 비상

세종=구특교 기자 , 김호경 기자 , 세종=김형민 기자 , 사지원 기자

입력 2021-09-03 03:00 수정 2021-09-0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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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 두달 연속 연중 최고
5개월째 2%대… 4년만에 처음
집세 1.6%↑, 4년來 최대폭 올라



지난달 집세가 1.6% 올라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집세를 비롯한 8월 소비자물가는 2.6%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달 중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걱정도 커졌다. 지난주 집값은 9년 만에 가장 많이 올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6% 올랐다. 7월(2.6%)에 이어 다시 연중 최고치로 상승한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다섯 달째 2%를 넘은 건 2017년 1∼5월 이후 4년 만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해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강세가 지속되는 등 공급 측 요인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추석 차례상에 올라가는 농축수산물은 여름철 폭염이 이어지며 전년 동월 대비 7.8% 올랐다. 품목별로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 등으로 달걀이 54.6% 상승했다. 수박(38.1%), 시금치(35.5%), 고춧가루(26.1%), 돼지고기(11.0%) 등도 크게 올랐다. 정부는 이달 수입란 1억 개를 공급하고 소·돼지고기 출하시기를 조정하는 등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7일부터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 원씩 주는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이 11조 원 풀리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지난달 집세도 전년 동기 대비 1.6% 올라 2017년 8월(1.6%)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전·월세가 각각 2.2%, 0.9% 올랐다. 상승세는 최근에도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지난달 30일 기준)는 0.2% 오르며 상승 폭이 전주(0.19%)보다 커졌다. 이사 수요가 집중돼 가을 전세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집값 역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아파트 주간 매매가는 0.31% 올랐다. 2012년 5월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다.

달걀 55%↑ 휘발유 21%↑ 전세 2.2%↑… 재난금 풀리면 더 뛸 우려


대전에 사는 안모 씨(62)는 추석(21일) 전에 미리 차례를 지내려고 최근 마트에 들렀다. 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제수용품을 빨리 장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과일 몇 개만 사려 해도 예산을 넘었다. 안 씨는 “올해 차례 음식을 작년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며 “차례상이 너무 초라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8월 소비자물가가 7월에 이어 연중 최고치(2.6%)였다. 소비자들의 ‘추석 장바구니’에도 비상이 걸렸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9년 만에 2%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 “물가 더 오르기 전 추석용품 사서 얼려두자”

추석 용품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달걀은 전년 동기 대비 54.6% 올라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돼지고기(11.0%), 국산 쇠고기(7.5%) 등도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일 기준 배(원황 10개) 소매가는 3만2436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0.4% 올랐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대형마트 북어포 1마리 가격은 5980원으로 1년 만에 20.08% 올랐다. 한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물가가 더 오르기 전에 고기나 튀김류를 미리 사서 얼려두겠다” “뭘 먼저 사둬야 하나”란 말들이 나왔다.

공업제품 물가도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공업제품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다. 2012년 5월(3.5%)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원료가 되는 휘발유(20.8%) 등 석유류(21.6%) 같은 원자재, 곡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월세와 전세는 각각 0.9%, 2.2% 상승했다. 월세는 2014년 7월(0.9%)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 9년 만에 ‘연 2%대 물가 시대’ 맞나
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다. 정부는 6월 말 발표한 ‘하반기(7∼12월) 경제정책 방향’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도 물가 상승률은 2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물가 상승에 국민들의 실제 호주머니 사정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올해 2분기(4∼6월)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분기(―2.0%)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서민들 지갑 사정이 더 팍팍해진 셈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일 수 있다. 7일부터 풀리는 11조 원 규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지원금 재원인 추가경정예산의 집행이 물가 상승 압력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물가 상승률이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2%를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가와 코로나19 방역이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4%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2분기까지의 경기 개선 흐름이 하반기에 이어지기 어려운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방역상황과 물가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해도 수요 억제만 될 뿐 공급을 억제해 물가를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고 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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