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인앱결제 금지법에… 美 게임거물 “오늘부터 난 한국인”

지민구 기자

입력 2021-09-02 03:00 수정 2021-09-0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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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 통과에 외신-기업들 이목 집중


“나는 한국인이다(I am a Korean)!”

이용자 2억5000만 명을 보유한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의 대표이자 재산 약 8조 원대의 거부인 팀 스위니(사진)가 한국 국회의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며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이다.

유명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가 지난달 31일 올린 트위터. 스위니 대표는 “전 세계 개발자들은 자랑스럽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입법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그는 한국의 법안 통과에 대해 “개인용컴퓨터(PC)가 등장한 이래 45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라며 “전 세계 개발자들은 자랑스럽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서독을 지지하며 한 유명 연설인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를 빗대 한국의 입법에 대한 지지를 표현한 것이다. 에픽게임즈는 자체 결제 수단을 금지시킨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소송전을 진행하며 ‘반(反)빅테크 연대’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가 구글, 애플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장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이용자들에게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한 데 대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사한 규제를 도입하거나 입법을 추진 중인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해외 주요 언론은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통과를 일제히 주요 기사로 다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이번 입법은 구글과 애플의 지배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세계 첫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앱스토어 운영 사업자가 쌓아온 장벽에 실질적으로 큰 균열을 만든 첫 사례”라고 평가했고, CNBC도 “빅테크 기업 독점 규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에서 비슷한 후속 입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프랑스 AFP통신은 “미국과 유럽에서 유사한 법안을 논의하고 있어 한국의 법률은 앞선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지난달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는 국내 법안과 비슷한 내용의 ‘오픈 앱 마켓 법안’이 발의됐고, 유럽연합(EU)에서도 지난해 말 대규모 플랫폼의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한 ‘디지털시장법’의 초안이 공개됐다.

미 상원에서 ‘오픈 앱 마켓 법안’을 주도한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1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이 앱 경제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 미국도 여기에 뒤처질 수 없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함께 법안을 발의한 마샤 블랙번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위터에서 “이제는 미국이 (한국을) 뒤따라야 할 때”라고 했다.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사업 모델을 유지하면서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수수료는 앱 개발자가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전 세계 이용자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사용된다”며 인앱결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애플 측도 “사기 위험에 노출되고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약화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애플은 앱 장터에서 외부 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책 변경안을 밝혔지만 불완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앱결제(In-App Purchase)
모바일 게임, 웹툰 등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 구글 등 사업자가 수수료율을 정하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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