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회장 ‘변심’? 꼬이는 남양유업 매각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9-02 03:00 수정 2021-09-0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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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회사 팔겠다” 눈물의 사퇴회견 → 7월 임시주총 연기 → 9월 “안판다”
한앤코에 매매계약 해제 통보, “비밀유지 위배… 재매각 추진”
이면계약 둘러싼 갈등탓 관측, 회장직 유지… 두 아들도 회사 복귀
법원, 주식매각 금지 가처분 인용… 홍회장의 재매각 계획 일단 제동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뉴시스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됐던 남양유업 매각이 결렬됐다. 남양유업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한 뒤 논란이 커지자 올 5월 홍원식 회장이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지 3개월 만이다.

홍 회장은 무리한 연구 결과를 제품 홍보에 이용하다가 위기에 처하자 회장직 포기와 기업 매각을 공언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 회장은 1일 법률대리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인수 주체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주식 매매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홍 회장은 “올 5월 매매 계약 후 매수인 측이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고 비밀유지 의무를 위배하는 등 약정을 이행하지 않아 내린 부득이한 결정”이라며 “소송이 마무리되는 즉시 재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 관련 논란은 올 4월 남양유업 측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부정확한 정보로 자사 제품을 홍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불매운동이 일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남양유업을 고발했다.

이에 홍 회장은 5월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하고 자신과 일가가 보유한 회사 지분 53%를 3107억 원에 한앤코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홍 회장은 7월 매각 논의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이때부터 실제 매각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앤코는 지난달 23일 거래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홍 회장 측은 결국 계약을 파기했다.

양측의 갈등은 홍 회장과 두 아들의 거취와 관련된 계약상의 ‘선결 조건’ 때문에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한앤코는 지난달 30일 “홍 회장 측이 거래 종결을 미루더니 돌연 대주주 일가와 관련된 사항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추가 협상을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면 계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홍 회장은 주총을 연기한 이유에 대해 “당사자 간 합의가 끝난 이슈임에도 매수인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경영권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한 뒤에도 본사로 출근하고 회장직을 유지했다.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4월 보직 해임됐던 장남 홍진석 본부장은 한 달여 만에 복직했고,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도 같은 날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됐다.

법원은 이날 남양유업의 주식 매각을 금지해 달라는 한앤코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른 곳에 재매각 의사를 밝힌 홍 회장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결렬은 홍 회장과 한앤코, 남양유업 모두에 부담”이라며 “홍 회장과 남양유업은 거래 무산에 따른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고 투자 기한 내 수익을 올려야 하는 한앤코 역시 타격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남양유업은 이날 오전 공시에서 한앤코 측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사실은 빼고 가처분 신청 사실만 밝혔다가 오후 4시경 정정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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