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존폐기로… 옥석 가릴 기회라도 줘야”

김광현 기자

입력 2021-08-31 15:12:00 수정 2021-08-31 15: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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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혼탁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럴수록 제대로 된 곳인지 아닌지 최소한 심사를 받아볼 기회라도 줘야하는 것 아닙니까?”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마감일이 9월 24일로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암호화폐 거래소가 무더기 폐업사태는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름 많은 준비를 해온 업체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가치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내놓음과 동시에 암호화폐 투기과열 진정과 사기 등 불법행위에 의한 거래참여자의 피해예방을 위해 어떻게 이 시장을 관리할지 골머리를 앓아왔다.
업계에서는 24곳은 사실상 폐업이나 마찬가지고, 18곳도 시간상 인증받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정리대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세다.

문제는 인증을 받은 21곳이다. 남은 고비는 시중은행의 실명계좌 확보다. 이들 중 대부분이 그동안 은행의 실명계좌확보를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왔으나 이제 심사도 받지 못한 채 막다른 골목에까지 몰려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 24일 자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개정해 암호화폐거래소는 6개월 이내에 요건을 갖춰 신고토록했다. 요건을 심사하고 이를 갖추지 못하면 신고 자체를 할 수 없으니 사실상 허가나 마찬가지다. 5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신고 마감을 한 달 앞두고는 신고필수 요건 중 하나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현황을 발표했다. 인증을 받은 곳이 21곳이고, 18곳이 진행중이고 나머지 24곳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27일 암호화폐거래소 한빗코 안해균 대표와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 한국블록체인협회 설재근 수석부회장을 만나 한국블록체인협회 사무실에서 만나 업계 현황과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안해균 한빗코 대표
-암호화폐에 대해 4차 산업시대 미래의 화폐라는 말도 있고, 비트코인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 사건이 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갑자기 거래소들이 난립해 정부도 손놓고 있기 어려운 것 아닌가?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이제까지 ISMS 신청도 하지 않은 거래소들은 지금 신청해도 실사를 받을 시간이 없을 것이다. ISMS 인증을 받은 21개 업체들은 그동안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왔다. 비용도 많이 들었다. 은행 실명계좌 확보를 위해 협의도 여러 차례 했다. 본격적인 실사를 거쳐 거래소 자격이 있는 지 없는 지 평가라도 받아보고 싶다. 문제가 있다면 실명계좌를 안 터주면 된다. 기회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요구 아닌가. 그리고 다른 여러 업체들도 심사를 받기 위해 6개월 정도 신고마감 기간을 연장해주면 좋겠다.

△안해균 한빗코 대표=우리는 작년 가을에 한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서까지 썼다. 그런데 은행 간부들이 금융위에 갔다 온 뒤에 갑자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에도 증자를 하라고 해서 증자까지 했고 실사까지 받았다. 금감원, 증권금융전산 등 8군데로부터 심사를 받았다. 원하는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본다. 법적으로 위반한 것도 없다. 그런데도 은행으로부터 된다, 안된다는 대답이 오지 않고 있다. 제발 은행들이 금융당국 눈치 보지 말고 자율적으로 결정했으면 좋겠다.


-4대 거래소만 남겨두고 모두 정리할 것 같다는 말이 많다. 앞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어떻게 정리될 것으로 보는가

△안 대표=지금 시장에서는 현재 은행의 실명계좌와 연결돼 있는 국내 4곳(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여기만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들도 은행과 계약 재연장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부가 한 두개만 남겨두고 모두 정리할 것 같은 분위기다. 개별 은행 자율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의 입김이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설재근 한국블록체인협회 수석부회장=ISMS 인증도 받지 못한 40여개 거래소는 현실적으로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이들 거래소들은 정리될 수 밖에 없을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은행계좌 개설을 위해 준비를 해온 업체들에게는 최소한 평가 기회를 주는 게 맞다. 일본은 37개의 암호화폐거래소가 있고, 이들을 자율규제 관리하는 별개의 기관이 있다. 미국도 주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등록하는 곳이 있고, 자율적으로 영업하는 곳이 있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
-금융당국, 넓게는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투자 피해자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는 우려인 것 같다.

△설 부회장=피해자라고 하지만 개인 판단에 의한 투자는 어차피 개인이 책임져야한다. 이익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 있다. 물론 불법 다단계 거래처럼 사기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감독해야한다고 본다. 블록체인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 규제가 엄격해지면 자금이 빠져나가고 들어오지 않는다. 벌써 블록체인 관련 기업이 싱가폴로 이전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반대라면 한국으로 블록체인 산업 및 관련 자금이 몰릴 것이다. 정부 당국이 기존 금융권에 대한 보호 혹은 금융사고에 대한 우려 등으로 처음부터 규제를 너무 엄격하게 하면 겨우 첫발을 딛고 메타버스와 함께 미래를 끌어갈 성장 산업자체를 죽이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엄격한 관리 감독은 해 나가되 준비가 부족한 현 시작점에서는 공정한 기회와 애정어린 격려가 필요한 시기다.


△도 대표=한국은 대학 들어가기는 어려운데 졸업하기는 쉽고, 미국은 들어가기는 상대적으로 쉬운데 졸업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금융산업 규제도 비슷하다고 한다. 산업초기부터 너무 엄격하게 진입장벽을 만들면 산업이 커나가기 어렵다. 한국 원자력산업이 세계 최고 기술이라는데 규제가 처음부터 강했던 것은 아니고 점차 강화되어 왔다고 한다. 처음부터 현재의 규제수준이었다면 원자력산업 자체가 발전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도 처음부터 규제를 너무 엄격하게 하여 사실상 진입을 차단하고 경쟁이 없는 시장을 만들기 보다는 초기에는 진입할 기회를 부여하고 점점 규제를 강화해 나가면서, 지키지 못하거나 부실한 거래소들은 정리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설재근 한국블록체인협회 수석부회장
-금융당국, 넓게는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투자 피해자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는 우려인 것 같다.

△안 대표=사기 등 불법행위 우려가 다분한 업체들은 정부가 미리 걸러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의 피해나 이익 범위를 넓게 볼 필요가 있다. IMF를 거치면서 은행들이 대거 통폐합돼 대형 은행 대여섯개밖에 없다. 독과점으로 경쟁이 느슨해지니 예대마진만 높아진다. 대주주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을 두둑하게 받아가고 있다, 금융당국으로서는 관리하기 편할지 모르지만 은행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금융소비자들이 독과점의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증권사는 수 십개가 남아서 수수료가 거의 0원에 가까울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처음에는 좀 불안한 측면이 있더라고 경쟁을 붙이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설 부회장=피해자라고 하지만 개인 판단에 의한 투자는 어차피 개인이 책임져야한다. 이익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 있다. 다만 불법 다단계 거래처럼 사기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감독해야한다고 본다. 블록체인의 범위는 많다.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 규제가 엄격해지면 자금이 빠져나가고 들어오지 않는다. 벌써 싱가포르로 자금이 나간다는 말이 있다. 반대라면 한국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다. 정부 당국이 기존 금융권에 대한 보호 혹은 금융사고에 대한 우려 등으로 규제를 처음부터 규제를 너무 엄격하게 하면 산업자체를 죽이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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