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속 11조 돈풀기, 정책 엇박자 우려… 형평성 논란도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1-08-31 03:00:00 수정 2021-08-31 03: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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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재난지원금]
긴축모드 속 돈풀기, 정책적 모순
전문가 “지원금 효과 한계” 지적
2%대 오른 물가에 악영향 우려도


한국은행이 가계부채와 집값, 물가 급등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가운데 정부가 11조 원이 투입되는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을 뿌리기로 하면서 ‘정책 엇박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 하위 88%에게 1인당 25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는 지급 기준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다음 달부터 나눠주는 데 총 11조 원(국비 8조6000억 원, 지방비 2조4000억 원)이 들어간다. 당초 정부는 하위 80%에 선별 지급하는 안을 마련했지만 여당에서는 지난해 5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처럼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결국 당정 협의를 통해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지급 기준을 완화하는 안을 마련하고 하위 88%에게 지급하는 어정쩡한 타협안을 내놓았다. 당정이 원칙 없이 대상을 선정하다 보니 경계선에 있는 탈락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선거를 앞둔 선심정책이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없어 형평성 논란이 계속 커지게 된 것”이라며 “돈을 풀어 표를 얻으려고 지원 대상을 넓히다 보면 피해 계층에 도움은 안 되고 재정만 낭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충돌 가능성도 문제다. 2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금리를 올려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겠다는 신호인데, 정부는 재난지원금으로 오히려 시중에 돈을 뿌리는 ‘정책적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추석(9월 21일) 전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4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보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당국이 물가 인상 등을 우려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을 고려하면 국민 88%에게 현금을 뿌릴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이날 내놓은 연구보고서 ‘기조적 물가 지표 점검’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해 3월 이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 등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 오름세는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재정·통화정책은 경제 상황과 역할에 따라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피해 계층이나 금리 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영세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집중 지원이 아닌 국민 88%에게 뿌리는 재난지원금을 섞는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들은 정부 방역 지침을 따르느라 매출이 줄었는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져야 한다”며 “지원금이 ‘2중 피해’를 겪는 계층에 집중될 수 있도록 치밀한 설계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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