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사업도 돈 안되면 ‘메스’… 새 먹거리로 ‘미래 비즈니스’ 선점

서동일 기자

입력 2021-08-31 03:00 수정 2021-08-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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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으로 코로나 넘는다]
국내 주요 기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분야 집중
美 로봇업체 인수해 관련시장 공략
SK, 친환경 앞세워 수소사업 주력
LG-롯데는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게티이미지코리아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신성장동력’이다.

조 단위의 과감한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제2, 제3의 성장사업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효자노릇을 했던 사업이라도 미래 성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정리하고 업(業)의 재정의에 나서는 기업도 적지 않다.

포스코가 최근 포항제철소에 준공한 먼지 저감을 위한 밀폐형 원료 저장 설비 ‘사일로’ 8기. 각 사 제공

촉매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다.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 및 근무, 화상교육 등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지면서 주요 기업들은 변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 지형이 급변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전방위적인 온라인·디지털화도 변화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켰다”라며 “국내 주요 기업 모두 신성장동력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 전용 전기차 GV60 외관. 각 사 제공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연료전지 등 핵심 미래사업 전략 등을 담은 ‘2025 전략’을 내놨다. 2025년까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36조6000억 원, 미래사업 역량에 23조5000억 원 등 총 60조1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4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8∼10%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기존 사명에서 ‘자동차’를 뺀 기아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어울리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중장기 사업 전략 ‘플랜S’를 본격 가동했다. 기아는 2025년까지 29조 원을 투자해 전기차 라인업 확대, 청정에너지와 재활용 소재 활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6월 인수 완료한 미국 로봇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각 사 제공
현대차그룹은 6월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도 완료했다. 이들은 이번 인수로 로봇공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제조, 물류, 건설 분야에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역량을 접목할 예정이다. 로봇 부품 제조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 구축까지 로봇공학을 활용한 새로운 가치사슬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친환경을 키워드로 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나서고 있다. SK는 5년간 약 18조 원을 투자해 국내 수소 생태계 조성에 본격 나서겠다고 밝혔다. 실제 SK는 3월 SK인천석유화학에서 개최된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사업 실행에 착수했다. SK는 국내 수소 사업 인프라 투자,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수소 생산 및 유통, 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에서 글로벌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것이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 연구원. 각 사 제공
LG는 양적 성장이나 단순한 수익성 중심의 성장이 아니라 지속성 있는 고객 기반과 데이터 등 미래 성장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질적 성장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를 중심으로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은 미래 사업 전략을 빠르게 실행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G 관계자는 “대형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석유화학 고부가제품, 배터리, 5세대(5G) 이동통신 등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 사업 분야의 고객 기반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해 시장 리더십을 더욱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 법인을 설립했고 2018년에는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오스트리아 ZKW를 인수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속 성장하고 있는 OLED TV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파주, 중국 광저우에서 대형 OLED를 생산하는 투트랙 생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의 경우 위생용품, 지속가능 친환경 소재 등 유망 성장 영역을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 확대, 기초원료 내재화, 글로벌 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첨단소재부문에서는 양극재를 비롯해 전지 소재, 자동차 산업 소재 등 신소재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가치창출회의(VCM)’를 열고 하반기(7∼12월) 그룹 전략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며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에게 미래 관점의 투자,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통상 1월 중순과 7월 중순 열린 VCM이 반기가 시작되는 첫날 열린 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 회장의 ‘경영시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롯데는 미래성장 발굴 및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등 그룹 사업의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사업에 2030년까지 약 4조4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친환경 성장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탄소중립 성장을 달성해 국내 수소 수요 중 30%를 공급한다는 것이 목표다. 또 3조 원의 매출과 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이 3억 달러(약 3500억 원)를 투자하며 이사회에 합류한 글로벌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 우주 로켓 개념도 모습. 각 사 제공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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