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의혹 탈당 0’ 與… 윤희숙 사퇴 처리땐 “내로남불” 역풍 걱정

강성휘 기자 , 윤다빈 기자

입력 2021-08-31 03:00 수정 2021-08-31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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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하겠다는 윤희숙 막는 속내는

의원직과 대선 예비후보에서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윤 의원에 대한 발언들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8.27/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안 대응 방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탈당이 사실상 유야무야된 상황에서 윤 의원 사퇴안을 처리할 경우 또 한 번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다.

민주당은 30일에도 윤 의원에게 “사퇴보다는 수사가 먼저”라며 화력을 집중했다. 백혜련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윤 의원의 언행은 마치 영화 ‘타짜’ 도박판을 떠올리게 한다”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본인의 정치적 앞길을 위한 판돈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윤 의원에게) 사퇴하라고 한 적이 없다”며 “윤 의원이 정정당당하게 수사받고 싶으시다면 탈당하고 수사를 받고, 결과에 따라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의원 사퇴안을 처리하는 건 ‘사퇴쇼’에 맞장구를 쳐주는 격이 된다는 게 지도부의 기류”라며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윤 의원 사퇴를 결정하고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먼저 사퇴안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의원직 사퇴안은 국회법상 본회의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170석의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사퇴안 가결은 처리되고, 윤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에서는 내년 3월 9일 대선 투표일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윤 의원 사퇴안 처리에 소극적인 건 내로남불 역풍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한 지도부 의원은 “윤 의원 사퇴안을 처리할 경우 국민의힘이 우리보다 더 강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민주당은 아직도 탈당 권고를 받은 현역 의원 10명이 모두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칫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의원직 사퇴보다 탈당부터 처리하라는 압박은 곧 국민의힘에 책임을 지우겠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반대로 “윤 의원의 사퇴안부터 처리하라”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윤 의원의 사퇴를 반대하는 속셈은 따로 있다”며 “사퇴 이후 윤 의원이 무혐의로 밝혀졌을 때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의원들이 사퇴 안 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윤 의원 사퇴안 처리가 미뤄지는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면서 여당 의원들의 투기 의혹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일 계획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의 사퇴와 관련해 “본인이 여러 수사나 조사를 앞두고 국회의원으로서의 권력을 누리지 않겠다는 취지로 선택한 길”이라며 “그것을 (민주당이) 정략적 이유로 막아서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본인의 사퇴 의지가 매우 완고하기 때문에 사퇴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가결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당사자인 윤 의원은 지난 주말부터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내에 있는 짐을 정리하고, 의원직 세비도 반납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사퇴 준비 수순에 돌입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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