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늘어나는데 충전할 곳이 없다? 환경부 “연내 수소충전기 증설”

강은지기자

입력 2021-08-30 11:22 수정 2021-08-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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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하려고 줄 서 있는 차가 딱 2대만 있어서 얼른 대기하고 있었어요.”

17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의 국회 수소충전소. 인천에서 온 김동철 씨(64)는 “광복절 연휴 동안 차를 사용해서 충전하러 국회에 왔는데 기다리는 차가 적어서 좋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수소차(넥쏘)를 타기 시작한 김 씨는 여러모로 수소차에 만족한다고 했다. 애당초 내연기관차와 수소차를 병행 운전했는데 지금은 내연기관차를 처분했다. 김 씨는 “차를 구입할 때 보조금도 받을 수 있고, 고속도로 이용료가 절반”이라며 “환경에 좋다는 자부심도 있어서 주변에 수소차를 사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증가속도 못 따라간 수소충전소

수소차는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어 차를 움직이는 무공해차다. 이 때문에 경유차와 같은 내연기관차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나 진동이 없다. 충전시간도 3~6분 대로 짧고 연비도 좋다.

환경부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기준으로 수소차(넥쏘 기준) 연비는 ㎞당 91.48원 수준으로, ㎞당 101.55원 수준인 경유차(싼타페 2.2 디젤 기준)보다 연비가 더 좋다. 인천에 사는 회사원 홍승엽 씨(49)는 “주행거리도 길어 한 번 충전하면 인천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며 “평소 출퇴근할 때만 차를 사용해 2주에 한 번 충전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장점에 수소차는 2013년 916대에서 올 7월 1만5826대까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충전 장소의 증가 속도는 이보다 더딘 게 사실이다. 수소충전기는 2006년 경기 용인시 현대차 연구소가 연구용으로 1기 만든 것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는 민간 연구소 중심으로 매년 1기씩만 생겼다. 2013년부터 환경부 예산이 투입됐지만 등록된 수소차가 1만 대를 돌파한 2019년까지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는 단 37기가 전부였다.

충전소가 적으니 수소차 이용자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홍 씨는 “2019년에는 차를 충전하려고 한두 시간씩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창원에 사는 회사원 정재웅 씨(42) 역시 “충전하려고 20분 이상 기다리는 일은 예사였고, 충전기가 수리라도 하면 다른 충전할 장소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 있는 국회 수소충전소의 충전기 1기당 일평균 충전 차량 수는 올 초 최대 95대에 달했다. 국회 수소충전소 관계자는 “늘 기다리는 차가 있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연내 수소충전기 180기 넘어설 듯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구축된 수소충전소. 국내 100번째 수소충전기가 설치됐다. 공항과 시내를 오가는 수소버스가 주로 이용한다.
수소충전기 구축에 속도가 붙은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정부가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을 담은 그린뉴딜 사업을 발표한 뒤다. 환경부 내부에 수소충전소 구축 전담 팀이 생긴 뒤 지난해 연말 전국의 수소충전기는 70기까지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1~6월)에는 110기를 돌파했다. 6개월마다 50% 넘게 늘어난 셈이다. 그 과정에서 환경부는 각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수소충전소 설치 관련 허가권을 환경부가 의제 처리하는 것으로 대기환경보전법을 개정해 충전소 인허가 작업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최근 수도권의 수소 충전 ‘병목 현상’은 차츰 해소되고 있다. 수도권 내 충전기기는 지난해 6월까지 13기에서, 올해 6월 30기로 늘었다. 차 196대당 1기 꼴에서 173대당 1기 꼴이 됐다.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불편도 줄었다. 지난달 환경부가 수소차 이용자 2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170명(63%)이 지난해 연말 대비 올해 주변에 이용가능한 수소충전소가 늘었다고 응답했다. 또 3명중 1명(33%)인 87명이 “충전 대기 시간이 10분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창원에 거주하는 정 씨도 충전 인프라가 늘었다는 점을 체감한다. 정 씨는 “처음 차를 구입한 2018년만 해도 창원에 충전기는 1기 있었는데, 지금은 6기”라며 “다양한 곳에서 충전할 수 있어 운전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창원시의 적극적인 행정도 한몫한다. 정 씨는 “시에서 ‘00동에 있는 충전소가 점검 중이니 00동에 있는 충전소를 이용하라’는 식으로 안내문자도 보내줘 충전할 때 허탕 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창원시 사례에서 보듯 지자체도 충전소 구축과 이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기 화성시는 지난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 청사 부지를 제공해 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 수소충전소는 수소를 담은 튜브트레일러 보관 장소와 압축기 등이 필요하고, 가스 사용으로 인한 시설물간 이격거리 제한이 있어 넓은 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부지 선정이 쉽지 않은데, 청사 부지를 내 놓은 것이다.

환경부는 향후 LPG 충전업체 등과 협업해 시내 중심지에 수소충전소를 만들고, 기존 이용객이 많은 서울 국회와 서초구 양재 충전소에 충전기를 증설할 계획이다. 또 전시장·쇼핑몰 등 복합문화시설과 충전소과 결합된 메가스테이션 구축도 구상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연내 수소충전소는 180기, 내년까지는 310기를 돌파할 전망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는 전국 기초지자체마다 최소 1기 이상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동기획 : 동아일보 문화체육관광부

강은지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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