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빚투’ 경고음… 투자심리 얼어붙고 거래량 ‘뚝’

박민우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8-30 03:00 수정 2021-08-3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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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긴축신호에 외국인 이탈 잇따라… 한은 금리인상에 개미들 급속 위축
2월 평균 16억주 넘던 하루거래량, 27일 5억주… 10개월만에 최저
빚투 종목들 하락세 더 가파르고 증권사들은 융자금리 인상 검토
전문가 “안전자산 비중 높여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데 이어 미국 통화당국이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코스피 하루 거래량은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빚투’(빚내서 투자) 비중이 큰 종목들은 하락 폭을 키우며 투자 경보음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미 통화당국이 긴축 시그널을 꾸준히 보낸 만큼 ‘긴축 발작’ 수준의 충격은 없다고 보면서도 금리 인상기에는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얼어붙은 투자심리, 코스피 거래량 ‘뚝’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로 올린 다음 날인 27일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5억2067만 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29일(5억977만 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주식 거래가 활발했던 2월 평균(16억6831만 주)과 비교하면 3분의 1에 그친다. 월간 일평균 거래량은 5월(9억8379만 주)을 제외하고 매달 12억∼16억 주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10억 주 밑으로 떨어지더니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발 조기 긴축 신호 등으로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 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게 영향을 줬다. 여기에다 한은의 금리 인상까지 겹쳐 국내 증시를 지탱해온 동학개미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빚투에 나선 개미들은 최근 하락장에서 큰 손실을 봤다. 이달 13∼20일 코스피가 3.5%(110.78포인트) 급락해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빚투 비중이 큰 종목의 하락세는 더 가팔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 잔액 비중이 2, 3위인 콤텍시스템(―11.84%)과 까뮤이앤씨(―16.31%)는 이 기간 10% 이상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금리 인상까지 검토하고 있어 빚투 개미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대다수가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금리 등 시장금리를 기본으로 대출 금리를 산정한다. CD 91일물 금리는 26일 한은의 금리 인상 여파로 0.25%포인트 올랐다.

○ “현금, 달러 등 안전자산 비중 높여야”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따라 증시 유동성이 줄어들겠지만 크게 충격받을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이 올해 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시장이 움직였다”며 “올해 세 차례 인상 신호가 나오지 않는 한 금리 인상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긴축 속도가 빠를 것 같지 않다”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분산돼 하반기에도 코스피는 3,000∼3,300 선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에는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현금, 달러, 금 등 안전자산을 늘리는 보수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조언이다. 김규호 신한금융투자 PWM부산센터 부지점장은 “현재 과도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면 부채 규모를 줄이고 현금 비중을 20∼30%로 늘리는 게 좋다”고 했다. 김호균 하나금융투자 영업부 부장은 “공격적인 투자는 자제하고 대형 기술주의 비중을 높이고 에너지 반도체 등 신성장 산업을 일정 수준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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