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핵심 ‘나노 전달체’ 신소재 개발 경쟁 ‘후끈’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8-30 03:00 수정 2021-08-30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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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소재-제조 기법 확보 중요
경쟁력 제고 위해 정부 지원 절실


단백질이나 핵산 등 약물을 세포 안까지 나를 수 있는 지질나노입자의 상상도.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 제공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23일(현지 시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코로나19 백신이 FDA 정식 승인을 받은 건 화이자 백신이 처음이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이 백신은 예방 효과가 91%에 이르고 다른 감염병에 적용하기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결은 항체를 형성하는 유전물질(핵산)을 세포 안까지 안전하게 배달하는 지질 나노입자에 있다. 나노 전달체는 차기 백신이나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도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어 효과를 개선하기 위한 관련 연구가 한창이다.

DNA나 mRNA 같은 핵산은 세포 안에서 단백질의 합성 과정을 통해 유전자를 발현시킨다. 하지만 핵산만 몸에 주사할 경우 혈류에서 이물질로 인식한 분해효소의 공격을 받아 없어지거나 설령 세포까지 도달하더라도 몸집이 커서 세포 내부로 침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제약회사들은 약물 성분을 세포 안으로 안전하게 배달할 방안으로 나노 크기의 전달체를 개발해왔다. 머리카락 수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구조에 항암제를 넣으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암 치료제가 되고 치매 치료제를 넣으면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같은 치매 유발 단백질을 없앨 수 있다.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은 “나노 전달체는 미세한 혈관 구멍을 지나 약물을 전달하고 제조 공정상 세균이 쉽게 걸러지도록 50∼2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로 만든다”며 “약물을 잘 보호하고 생체에 잘 맞고 몸속에서 잘 분해되는 성분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나노 전달체는 지질나노입자다. 약품의 경우 1995년 미국에서 항암제(독소루비신)를 넣은 제품이 최초로 나왔다. 지질나노입자는 여러 종류의 물질을 혼합하여 만든다.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은 mRNA를 전달하는 인지질과 콜레스테롤의 ‘이온화 가능한 지질’에 자연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mRNA를 붙이고 표면에는 혈류에서 다른 물질에 달라붙지 않도록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란 물질로 코팅해 체내에 오래 머무를 수 있게 개발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질나노입자는 세포로 들어갈 때 세포막에 보자기처럼 둘렸다가(엔도솜) 약산성 조건에서 터지면서 mRNA를 내보낸다. 오 학장은 “인지질은 독성이 적고 생분해되는 장점이 있고, 제조 공정이 짧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향후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도 후속 mRNA 백신을 빨리 개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질이 쉽게 산패해 실온에서 보관·유통이 어렵고, PEG가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합성 고분자 나노 전달체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작은 단위체를 반복적으로 결합해 만든 것이다. 강태규 서울대 IBS 나노입자 연구단 박사후연구원은 “합성 고분자 나노 전달체는 구조와 크기, 이온화 특성, 자극 반응성 약물 방출 등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RNA 백신용으로는 음전하를 띠는 mRNA가 잘 붙도록 양전하를 띠는 고분자인 폴리아르기닌과 폴리라이신으로 많이 연구된다. 하지만 이 재료들은 핵산을 감쌀 만큼 입자가 커지면 세포 독성이 커진다는 문제가 있다.

오 학장은 “추후 유전자 편집이 가능한 유전자 치료제도 나노 전달체에 싣게 될 것”이라며 “이들을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원하는 곳까지 정확하게 전달할 정교한 핵심 소재와 제조 기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나노 전달체 신소재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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