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도… “공급확대 없인 집값 잡기 역부족”

김호경 기자 , 최동수 기자

입력 2021-08-27 03:00 수정 2021-08-27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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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초저금리 시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렸지만 당장 집값 안정 효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의 집값 급등세는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인 만큼 통화정책만으로 수요를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향후 금리 인상 시기와 인상 폭뿐 아니라 부동산 규제 완화 여부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집값이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주택업계 전문가들은 26일 이번 금리 인상이 주택 수요를 위축시키는 효과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태여서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수요자가 자금 융통에 특별한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금리 인상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실제 서울 강남권 대다수 아파트 가격이 15억 원을 넘으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금융권 대출을 끼지 않은 거래가 이뤄지며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현금 동원력이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이 집값에 미치는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집값 상승세가 꺾일 정도는 아니라도 금리가 계속 오르면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하락은 대출자의 금리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서야 가능하다”며 “이번 금리 인상보다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부동산 시장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난과 공급난 등 집값 상승 요인이 많은 데다 한은이 실물경제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금리를 단기간 대폭 올리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한동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과거 금리 인상기에도 집값이 오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집값이 주택 수급 상황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9월 연 3.25%였던 기준금리가 2008년 9월 5.25%까지 올랐지만 3년 내내 전국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개월간 떨어졌다. 당시 가격 하락은 금리 인상의 효과라기보다는 주택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 더 컸다. 2008년은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래미안퍼스티지’ 등에서 미분양이 날 정도로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심각했다.

이후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2013년까지 주택 경기가 얼어붙었다. 당시 집값은 금리와 무관하게 하락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0∼2013년 4년 연속 전년 대비 내렸다. 가장 최근의 금리 상승기였던 2017년 10월∼2019년 6월에는 집값이 일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는 세제와 대출 규제로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 인상이 예고된 시점에도 집값은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넷째 주(23일 조사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2% 올라 전주(0.21%)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이 같은 상승률은 2018년 ‘9·13대책’ 직후인 9월 셋째 주(0.26%)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0.4% 올라 6주째 역대 최고 상승 폭을 보이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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