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정권교체 희화화 빌미 차단”… 투기의혹 의원중 첫 사의

전주영 기자 , 윤다빈 기자

입력 2021-08-26 03:00 수정 2021-08-26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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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던지고 대선경선도 포기… 눈물 만류 이준석에 “이게 내 정치”
일부선 “한국정치에 죽비” 평가… ‘의원 사퇴’ 본회의서 표결로 결정
與 뜻에 달려… 이재명측 “사퇴쇼” 李대표, 탈당 불복 의원 제명 시사


손 맞잡고 눈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의원직 사퇴와 대선 후보 경선 포기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을 만류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초선)이 25일 국회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 의원의 기자회견 현장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 의원의 두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만류했지만 윤 의원은 “이게 내 정치”라며 의원직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 尹 “정권교체 희화화 빌미에 사퇴”

이날 오전 윤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 국회의원직을 다시 (서울) 서초갑 주민들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권익위 조사 결과로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여야를 통틀어 윤 의원이 처음이다.

윤 의원은 “아버지를 엮은 무리수가 (권익위의) 야당 의원 평판 흠집 내기 의도가 아니면 무엇인가”라면서도 “비록 우스꽝스러운 조사 때문이긴 하지만 정권 교체 명분을 희화화할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국민이) 정치인을 평가할 때 도덕성, 자질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이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소재 논 1만871m²를 사들였으나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전날 당 지도부는 윤 의원의 소명을 듣고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윤 의원은 “아버지가 농사지으며 여생을 보내겠단 마음으로 농지를 취득했지만 어머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는 바람에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이날 “국민 앞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줄곧 비판했던 윤 의원이 본인의 언행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신선한 충격이다. 감동이 사라져 버린 한국 정치에 죽비를 때렸다”고 했다.

○ 민주당 의원들 손에 달린 尹 의원직 사퇴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사퇴를 만류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이준석 대표가 참석해 눈물을 흘리며 “안 돼, 진짜 안 돼. 다시 한 번만 생각해봐요”라며 윤 의원을 말렸다. 윤 의원은 같이 눈물을 글썽이며 “제가 대선에 출마한 것도 이런 정치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저는 제가 보고 싶어 하는 정치인이 되려고 지금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좌 형태로 의혹을 제기한 것은 참 야만적”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의원은 부동산 문제를 다뤄온 사람이 조금이라도 흠을 보여 정권교체에 문제가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윤 의원에게 “사퇴 의사를 거둬 달라”고 했다.

반면 이재명 캠프 김남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말로만 사퇴하겠다고 하다 의원직을 유지하는 ‘속 보이는 사퇴 쇼’가 현실이 된다면 주권자를 기만한 후과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윤 의원은 국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사직서는 국회법에 따라 회기 중엔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과반 찬성 무기명 투표로, 회기가 아닐 땐 국회의장의 허가로 처리된다. 국회는 31일 8월 임시국회가 끝난 뒤 다음 달부터 100일간의 정기국회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의 사퇴는 171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뜻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 대표, 탈당 요구 불복 의원에게 제명 경고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가 권익위 조사에 따라 탈당을 요구한 의원 6명 가운데 일부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딸 소유 아파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미 윤리위를 구성하고 있다”며 불복 시 제명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 김영배 최고위원은 윤석열 캠프 소속 의원 5명이 부동산 의혹에 휘말린 데 대해 “윤 전 총장은 투기캠프의 수장”이라며 날을 세웠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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