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앞 내다본 최종현의 뚝심, 바이오-배터리-반도체 초석 놓다

서동일 기자

입력 2021-08-26 03:00 수정 2021-08-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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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자회사 ‘선경반도체’ 설립
1982년 ‘에너지축적 배터리’ 추진
1993년 신약 연구팀서 ‘바이오’ 출범
“최태원 회장이 대 이어 꿈을 현실로”


1991년 6월 고 최종현 SK 전 회장(가운데)이 주요 경영진과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울산 신규공장을 방문해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26일은 1998년 타계한 최 전 회장의 23주기다. 최근 최 전 회장이 초석을 놓은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등 SK 주력사업들의 성과가 이어지면서 재계에서는 그의 뚝심경영이 재조명받고 있다. SK그룹 제공

“백신 주권 확보에 한 걸음 성큼 다가서게 됐다.”

이달 초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임상 3상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SK가 이끄는 한국산 백신 개발이 성공한다면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에서 숨통이 트일 뿐 아니라 바이오 산업 선도국가로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 섞인 반응도 있다.

바이오 산업은 산업계에서 ‘인고의 사업’으로 불린다. 막대한 투자금, 수십 년에 걸친 연구개발(R&D) 기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바이오 주권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근 성과를 두고 “3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하라”는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결정이 재조명되고 있다. 26일은 1998년 타계한 최 전 회장의 23주기다.

SK 바이오 산업의 출발점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전 회장이 충남 대덕연구단지에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신약 연구개발 프로젝트팀을 꾸리면서 시작됐다. 사업 초기 일부 중소 제약사들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사업을 침범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장기간 적자를 감수하며 다국적 거대 제약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약 개발을 최종 목표로 뒀다. 신약 산업 최전선이던 미국에 제약 연구소를 설립하며 공을 들였다.

25일 SK그룹 관계자는 “SK 바이오 사업이 최근 독자개발 글로벌 신약 판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임상 3상 진입 등 굵직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최 전 회장부터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축적한 투자의 결과”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30년 이후 바이오 사업이 그룹 중심축이 되도록 하겠다”며 투자를 이어왔다.

재계 안팎에서 SK 핵심 사업인 배터리(Battery), 반도체(Chip) 사업 역시 최 전 회장의 뚝심 있는 투자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한다. 바이오(Bio), 배터리, 반도체 등 ‘BBC 산업’은 미국이 핵심 전략물자로 삼고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경제안보 차원의 중요성이 커진 산업이다.

배터리 사업은 최 전 회장이 1982년 ‘에너지축적 배터리 시스템’ 개발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당시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은 최 전 회장 결정으로 1985년 울산에 기술지원연구소를 설립해 투자를 지속했고 2006년 첫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반도체 사업 역시 최 전 회장이 1978년 10월 ㈜선경 자회사로 설립한 선경반도체가 출발점이다. 최 회장은 2012년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30여년 만에 반도체 사업 진출의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최 전 회장의 뚝심 있는 경영방식이 지금 SK BBC 사업의 초석을 놓았다. 최태원 회장이 대를 이어 과감한 투자, 딥체인지(근본적 변화) 경영으로 최 전 회장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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