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는 듯한 부드러움… 성숙해진 ‘서른살 스포티지’

여주=신동진 기자

입력 2021-08-26 03:00 수정 2021-08-2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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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시승기

신형 5세대 스포티지의 전면부는 그릴이 두 개 겹쳐 있다. 보닛 앞쪽에 기아의 디자인 심벌인 타이거 노즈 형태의 얇은 크롬 그릴과 블랙 패턴의 커다란 타이거 노즈가 한 몸을 이루며 헤드라이트 사이를 채워 차체를 더 크게 보이게 만든다. 기아 제공

원조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가 디자인을 파격적으로 바꾸고 하이브리드 엔진까지 갖춰 돌아왔다.

스포티지는 1991년 도쿄모터쇼에서 당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도 생소했던 도심형 SUV를 앞세워 출시됐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누적 판매량이 600만 대에 달한 기아의 수출 효자다. 출퇴근은 물론 캠핑, 친환경까지 고려하는 트렌드에 맞춘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SUV로 다시 태어났다. 17일 오전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 부근에서 여주 황학산수목원까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고 왕복 130km가량을 달렸다.

신형 스포티지는 2015년 4세대 스포티지 출시 이후 6년 만에 나온 풀체인지 모델이다. 이번에 처음 하이브리드 엔진이 추가됐다. 첫인상은 준중형 SUV 차급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묵직하면서 날렵했다. 차량 얼굴인 전면부 양쪽 헤드램프 사이를 가득 채운 라디에이터 그릴로 이전 모델보다 차체를 훨씬 넓어 보이게 했다. 길이(4660mm)는 4세대보다 175mm 길어졌고, 너비(1865mm)도 10mm 늘었다. 운전석을 넉넉하게 잡은 뒤 2열 시트에 앉아도 다리 공간이 웬만한 중형차보다 여유롭게 남았다.

외모만큼 달라진 건 정숙성이다. 저속과 고속을 이질감 없이 변주하는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 덕분에 도로 주행이 부드럽다 못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신호 앞에서 브레이크를 잡거나 다시 출발할 때는 숙련된 드라이버가 일부러 페달을 살살 밟듯이 자연스러운 연결성이 돋보였다. 교차로에서 정차할 땐 시동을 켰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코너링을 할 때는 핸들을 움직이는 대로 차체가 잘 따라줬다. 전기모터가 제동과 구동을 조절해 핸들을 돌릴 때 차량 민첩성을 높이는 ‘이핸들링(E-Handling)’ 기술 덕분이다. 도로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덜컹거림도 덜했다. 차량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관성력이 생기도록 전기모터를 제어해 쏠림을 완화시켜 주는 ‘이라이드(E-Ride)’ 기술이 국내 브랜드 처음으로 적용됐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편견을 깨고 힘차게 치고 나간다. 최고 180마력의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44.2kW 출력의 모터가 조합돼 최고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5.7kgf·m의 힘을 낸다.

인테리어는 또 다른 하이브리드(디지털+아날로그)였다. 공조 기능과 인포테인먼트 조작에는 음량, 온도 등 최소 버튼을 빼고 스마트기기에 적용되는 터치 방식을 적용했다. 다이얼처럼 돌리는 전자식 변속기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조작할수록 손에 감기는 맛이 있었다. 각각 12.3인치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운전자를 감싸듯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국내 준중형 SUV 최초로 적용됐다. 세련된 디스플레이 양옆에 ‘ㄴ’자 모양으로 배치된 송풍구도 디지털과 절묘하게 조화된 아날로그 느낌을 줬다. 흔한 블랙 대신 네이비 그레이 색상의 대시보드와 운전대, 원목 느낌의 우드그레인 가니시, 베이지색 퀼팅 가죽의자 옵션도 고급스러운 조화를 이뤘다.

가족과 함께 탈 패밀리카를 고려 중이라면 스포티지 곳곳에 심어진 스마트 기술도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실내 공기 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뒤 자동으로 정화하거나 터널을 지날 때 창문을 닫았다가 통과 후 원래 높이로 원상 복귀시키는 등 탑승자를 위한 디테일에도 신경 썼다. 뒷문(테일게이트) 원터치 조작으로 2열 시트 폴딩이 가능해 차박(차량 숙박) 편의성도 높아졌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가격은 3109만∼3593만 원(친환경차 세제 혜택 후). 복합연비는 L당 16.7km다.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을 갖춘 하이브리드 ‘패밀리 SUV’ 차량을 찾는다면 꼭 체크해봐야 할 모델이다.




여주=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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