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틈 파고드는 법인들,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 ‘싹쓸이’

최동수 기자

입력 2021-08-25 13:21 수정 2021-08-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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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전라북도 익산시 1110가구가 사는 입주 24년 차 부영3차아파트. 공시가 1억 원 미만 전용 49㎡(18평)와 59㎡(24평)로 구성된 이 단지는 올해 6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총 90건이 거래돼 전북에서 거래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건밖에 없던 거래가 급증하기 시작한 건 외지 법인들이 몰려들면서부터다.

경기도 화성시 소재 한 법인은 6월 중 3일 동안 이 단지에서만 18평 집 5채를 매수했다. 인천 강화군에 사무실을 둔 다른 법인은 지난달 18평 집을 전세 8500만 원을 끼고 9200만 원에 갭투자 했다. 두 법인 대표는 모두 30대였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법인 투자가 뜸하다 6월 전후로 30대 젊은 투자자들이 법인으로 매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법인 투자에 철퇴를 내렸던 6.17대책과 7.10대책 이후 급감했던 법인 거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공급대책과 겹겹이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법인들이 다시 규제 틈을 파고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 ‘싹쓸이’
부영3차에서 거래된 90채 가운데 법인이 사들인 건 절반에 가까운 42채다. 등기부등본 분석 결과 이 단지를 매수한 법인은 총 34개였다. 법인 소재지는 익산시 1곳을 제외하고 제주, 인천, 부산, 대구, 경기 화성, 용인 등 전국 21개 시군구로 나타났다. 원정 투자로 이 아파트를 매수한 것이다.

법인 투자 증가세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 ‘월별 거래주체별 아파트매매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법인이 전국에서 매수한 아파트는 총 2954채로 법인 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8월(1164건) 보다 154% 늘었다.

주춤했던 법인 투자가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공시가 1억 원 미만 아파트 법인 단타매매가 개인보다 이득’이라는 정보가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돌면서부터다. 특히 6월 1일부터 개인 다주택자의 양도세와 취득세, 종부세 등이 강화되면서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5월 대비 6월 전국 법인 아파트 매수가 1000건 가까이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 세무사는 “체감상 6월과 7월 부동산 법인을 설립하려는 개인들의 문의가 급증했다”며 “일주일 정도면 부동산 매매법인 설립이 가능하고, 비용도 50만 원 밖에 들지 않아 많이들 찾는다”고 했다.


●규제 틈 파고 든 투기성 거래에 실수요자 피해 우려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 1년 미만 단타’ 투자를 할 때 법인과 개인의 가장 큰 차이는 양도세다. 6월 1일부터 개인이 1년 미만 보유 주택을 팔 때 양도세는 70%다. 하지만 법인은 기본세율(10~25%)에 20%포인트를 추가해 최고 45%를 내면 된다.

취득세도 예외가 있다. 법인 취득세는 주택수 상관없이 12% 이지만, 수도권과밀억제권역(서울 전지역, 인천 일부, 경기 13개 시) 밖에 소재지를 둔 법인이 공시가 1억 원 미만 주택을 매수하면 1.1%를 적용받는다. 실제 전북 익산시 부영아파트 3차를 매수한 법인은 모두 수도권과밀억제권역 밖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투자하는 법인들은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내년 6월 1일 전에 팔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부세 걱정도 없다”고 했다.

단기차익을 노린 법인투자가 늘며 원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단기차익을 노린 법인들이 내놓는 매물은 원주민들이 떠안을 확률이 높다”며 “집값이 흔들리면 원주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고, 깡통전세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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