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10만채 추가공급? 미래 물량 당겨 집값 잡겠다는 정부

황재성기자

입력 2021-08-25 11:27 수정 2021-08-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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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공급할 아파트를 앞당겨 사용해서 현재 고공행진 중인 집값을 잡겠다.’

정부가 오늘(25일) 개최한 ‘2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을 요약하자면 이같이 정리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4년 하반기까지 공공이 조성한 택지를 분양받을 민간업체에 대해 건설물량의 85%를 사전청약에 내놓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8만7000채가 평균 3년 정도 앞당겨져 시장에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또 ‘2·4대책’을 통해 서울 등 대도시 도심에서 확보될 주택 가운데 1만4000채 정도를 사전청약 물량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난개발 등을 우려한 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추진이 지연됐던 태능CC는 주택건설물량을 계획(1만 채)보다 줄이는 대신 주변지역에서 부족해진 물량을 채우기로 했다. 또 과천청사 대체용지는 이미 알려진 대로 과천지구 자족용지의 용도변경 등을 통해 확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계획이 의도대로 실현될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사전청약계획 대상 물량이 대부분 차기 정부에서 진행되는 일정이다. 또 민간업체로서는 최소 3년 뒤 시장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분양가를 미리 정한 뒤 사전청약에 나서야 해 적잖은 부작용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공급 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사전청약 방식은 ‘밑돌 빼서 윗돌 괴기’식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 “새 집 줄 게 헌 집 구매 신중하라”
정부는 오늘(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가운데 ‘29차 ’제2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민영주택 및 2·4대책 부지 등 사전청약 확대 방안과 태릉·과천 부지 구체화 방안, 누구나집 공급 추진현황 및 계획 등이 논의됐다.

특히 사전청약에 대한 정부 계획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회의에 이어 진행된 ’16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는 사전청약 확대에 따른 실행방안에 대해 별도의 설명회를 가졌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도심 공급 확대 방안(’5·6대책‘, ’8·4대책‘, ’2·4대책‘)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라는 이례적인 ’고백‘도 담았다.

정부의 이 같은 판단에는 최근 집값 상승이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의 주택시장으로의 지속적인 유입 △젊은층의 내 집 마련 불안감 △규제 완화와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 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이런 복합적인 수요로 인해 주택에 대한 미래수요가 현재로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이런 상황에서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기존의 주택공급에 더해 정부가 계획한 공급효과를 조기에 체감할 수 있게 사전청약 등을 통해 공급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불안심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전청약은 무주택 세대가 저렴한 가격으로 우수 입지에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획”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10년 간 대규모 주택공급, 가계 대출 관리 강화 등으로 인한 주택 경기 변동 리스크와 대출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며 “높은 가격의 기존주택 매수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2024년까지 10만 채 추가해 미리 푼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전청약에 나올 물량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모두 10만1000채 정도다. 현재 진행 중인 사전청약 물량(6만2000채)와 합치면 16만3000채로 늘어나는 셈이다.

사전청약 확대계획의 초점은 민간업체들이 최소 3년 뒤에 분양할 아파트를 미리 앞당겨 쓰겠다는 데에 맞춰져 있다.

정부는 현재에도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올해(3만2000채)와 내년(3만 채)에 사전청약을 진행 중이다. 모두 공공택지에서 LH 등 공공이 건설과 분양을 책임진 물량이다. 대지조성 공사나 보상절차 등을 감안할 때 이들 지역에서 추가로 사전청약 물량을 찾아내기는 어려운 상태다. 그 결과 찾아낸 물량이 공공택지에서 민간 건설회사가 분양할 주택이다.

국토부는 올해(6000채)부터 내년(2만8000채), 2023년 상반기(1만1000채), 2023년 하반기~2024년(4만2000채)까지 8만7000채 정도를 사전청약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해당 택지에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총 주택의 85%에 해당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건설회사가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뒤 분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3년 정도이다. 택지에 맞게 주택과 주변시설 등에 대한 설계 등을 거쳐 사업승인을 받고, 건설공사에 착수하는 데까지 필요한 시간이다.

국토부는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택지를 매입한 뒤 6개월 이내에 아파트 분양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때 건설회사는 건축설계(안)를 마련하고, 추정분양가를 정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검증을 받으면 청약에 나설 수 있다. 수요자는 청약통장과 자산·소득요건 등을 갖추고 청약홈을 통해 사전청약을 할 수 있다.

국토부는 또 ’2·4대책‘을 통해 서울 등 대도시 도심에서 추진할 도심공공복합사업 및 주거재생혁신지구 등을 통해 확보될 주택 가운데 일부도 사전청약에 사용하기로 했다. 물량은 내년 하반기부터 2024년까지 1만3500채 가량이다.

시기별 공급물량을 보면 올해 3800채가 선보이고, 내년 상반기(4700채)와 하반기(5000채)에도 공급된다. ’2·4대책‘을 통해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 분양되는 것과 비교하면 1년 정도 일정이 앞당겨지는 것이다.


● 태릉CC 주택수 줄이고, 신규택지는 늘린다
태릉지구 조감도(국토교통부 제공) © 뉴스1
주민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던 태능CC 공공택지사업은 결국 사업물량이 당초 계획(1만 채)보다 축소된 6800채만 짓기로 결정됐다. 줄어든 물량은 주변지역에서 십시일반(十匙一飯) 식으로 긁어모아 채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락산역 역세권 복합사업(600채) △노원구내 재생사업(600채) △하계5단지(1500채) △상계마을(400채) 등과 같은 노후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등이 추가됐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으로 오늘(25일)부터 주민공람을 시작하고, 내년 초까지 관할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지구지정을 끝낼 방침이다. 또 2027년 준공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에 지구계획을 승인하고, 2024년에는 입주자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역시 주민반발로 사업이 중단됐던 과천청사 개발사업(목표물량·4300채)도 과천신도시 개발계획 변경과 신규택지 개발 등을 통해 대체하기로 했다. 우선 과천신도시 용적률을 높이고, 자족용지의 용도를 바꿔 3000채를 확보할 예정이다. 또 과천시 갈현동 일대에 택지를 조성해 1300채를 짓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또 ’2·4대책‘을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가 공직자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연기된 신규 택지 추가물량 13만 채를 14만 채로 늘리고, 이달 중 구체적인 입지 등을 발표하기로 했다.


● “밑돌 빼서 윗돌 괴기”

정부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민간업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밑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며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절대적인 총량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래 물량을 앞당긴다고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날 공개된 계획에 따르면 현 정부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전체 16만3000채 가운데 6만9000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정돼 있다. 차기 정부에서 이번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간업체에 지나친 부담을 떠안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소 3년 뒤 시장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분양가를 현시점에서 미리 정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게다가 정부는 사전청약물량의 분양가를 시세의 60~80% 수준에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민간업체가 이런 조건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정부 주장대로 갈수록 주택시장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3년 뒤에 진행될 본청약 때 주택시장이 급랭하고, 계약해지 요청이 쏟아질 경우 큰 혼란을 피할 수 없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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