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대신 골프복”… 양복점서 맞춰 입는다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8-25 03:00 수정 2021-08-25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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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소비혁명, 뉴커머스가 온다]〈8〉주문제작형 소비 부상
코로나 재택근무에 정장판매 급감… 골프복, 인기 늘며 매출 11% 증가
골프붐 주도한 MZ세대, 개성 중시… 상하의-장갑 등 고가에도 지갑 열어
“하나뿐인 제품 제공해야 경쟁력”



“골프복은 주문이 100벌 넘게 밀려 있어서 최소 한 달은 기다려 주셔야 해요.”

서울 강남구에서 양복점을 하는 최학근 씨(37)는 쏟아지는 고객들의 주문에 이렇게 안내하고 있다. 그가 맞춤 골프복 제작에 나선 건 지난해 말부터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복 수요마저 급감하며 일감이 줄었지만 ‘비스포크(주문제작형) 골프복’을 만든다고 입소문이 나며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최근 맞춤 정장을 팔던 재단사들이 맞춤 골프복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장 수요는 급감한 반면에 MZ세대 등이 유입되며 골프복 시장은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골프복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주문제작형 상품에 열광하기 때문에 한 벌에 200만∼30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지갑을 연다.

○ 골프시장 커지며 주문제작 골프복 인기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맞춤복 매장을 운영하는 오민관 씨(32)는 2년여 전부터 골프복도 만든다. 그는 “기존 고객들의 요청이 많아 시작했는데 최근 매출 비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맞춤 골프복은 ‘나만을 위한 디자인’을 콘셉트로 원단과 색깔을 비롯한 모든 디자인을 고객의 취향에 맞춰 제작한다. 고객 체형과 피부톤에 맞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을 완성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재단사들이 이처럼 골프복으로 눈을 돌린 건 시장의 성장세 때문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복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1250억 원으로 전년보다 11% 성장했다. 2016년 대비 50% 증가한 규모로 내년에는 6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복장규율 완화와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정장 수요는 계속 줄고 있다.

최근 골프 열풍을 ‘MZ 골퍼’들이 주도한 만큼 맞춤 골프복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여럿이 즐기는 스포츠인 데다 인증샷 올리기도 좋아 입소문도 빠르다.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맞춤 골프복을 판매하는 마태오 씨(44)는 “기성복보다 개성 있고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어서 고가임에도 2030세대에게 반응이 좋다”며 “정장만 제작할 땐 만나기 힘들던 젊은 고객이 10명 중 3명꼴로 늘었다”고 말했다.

○ ‘나만의 개성’ 드러낸 맞춤형 제작이 대세
맞춤 골프복 인기는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MZ세대 소비 특성을 보여준다. 이들은 라운딩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과시한다. 인스타그램에는 ‘골프스타그램’(172만 개) 등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넘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급스럽고 이국적인 이미지가 강한 골프는 소셜미디어 노출과 주목을 즐기는 이들 세대와 잘 맞는다”고 말했다.

맞춤 골프복 트렌드는 뉴커머스(코로나19 이후 신소비 시장) 시대에 중요해진 ‘개인화 서비스’와도 직결된다. 소비시장이 고도화되고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을 넘어선 ‘온디맨드(On-Demand·개별 소비자 수요에 맞춘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는 기업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즉각 제공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제작 과정 전반에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을 접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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