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보다 비싼 중고차… 車공급난에 ‘1년 안된 SUV’ 등 수요 급증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8-25 03:00 수정 2021-08-2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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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난 이어져
완성차 업계 차량 생산량 조절…구매후 신차 받는데 반년이상 걸려
“당장 탈수있는 중고차가 낫다”, ‘출고 얼마 안된 신차급’ 웃돈 줘야
새차보다 수백만원 비싸게 팔려…미국에선 40% 가까이 오르기도



최근 직영 중고차 기업 K CAR(케이카) 홈페이지에서 현대차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 신형 하이브리드 모델이 약 3690만 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차였다. 같은 옵션의 새 차 가격은 약 3500만 원이다. 신차보다 중고차 가격이 150만 원 정도 비쌌다. 올해 출시한 기아 K8도 중고차가 신차보다 약 200만 원 높게 팔렸다.

요즘 중고차 시장에서는 중고차 시세가 신차 가격보다 높은 ‘가격 역전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차량용 반도체와 전자 제어 부품 등을 만드는 해외 공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고객이 신차를 주문해도 받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당장 받을 수 있는 중고차가 낫겠다’며 웃돈을 주고 신차급 중고차를 사려는 수요가 생겨났다. 이 때문에 인기 차종의 중고차 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출고 1년 미만 중고차는 신차보다 비싸게 팔리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고차 매입 시세를 알려주는 AJ셀카에 따르면 기아 4세대 쏘렌토 2.2 디젤 프레스티지는 신차 판매가격이 3400만 원이지만 8월 중고차 매입 시세는 3660만 원에 형성돼 있다. 4세대 카니발 2.2 디젤 시그니처는 8월 중고차 매입 시세(4630만 원)가 신차 판매가격(4130만 원)보다 500만 원 정도 높다. 지난달에는 2021년식 현대 아반떼 가솔린, 기아 카니발 디젤, 쏘렌토 등의 중고차 일부가 신차보다 10만∼200만 원 비싸게 팔리기도 했다.

인기 모델 중고차는 딜러들이 못 구해 안달일 정도로 매입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 포터 등 소형 트럭은 중고차가 나오기가 무섭게 딜러들이 경쟁적으로 사들인다. 김두섭 케이카 차량평가사는 “부품 수급 문제로 차량 생산이 부족하다 보니 신차급 SUV나 인기 차종 가솔린 모델들은 중고차 업체 간 매입 경쟁이 뜨겁다”고 말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난은 중고차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24일 AJ셀카에 따르면 국내 인기 차종인 4세대 카니발과 쏘렌토 등의 지난달 판매가격은 각각 8%, 4% 정도 올랐다. 신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중고차 시세가 상승한 것이다. 잔존가치가 높은 대표 차인 현대차 아반떼도 시세가 지난달보다 7% 뛰었다. 신형인 더 뉴 아반떼 AD는 33%나 올랐다.

중고차 값 상승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중고차 가격은 오르고 있다. 이달 영국의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10% 정도 올랐다. 미국에서는 중고차 가격이 전년 대비 40% 가까이 오른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중고차 재고 부족으로 딜러들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경매로 차를 구하는데 차종에 따라 5000달러(약 580만 원)에서 비싼 차는 7000달러(약 816만 원) 이상 웃돈을 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공급난으로 완성차 업체가 감산을 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중고차 시세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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