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암호화폐 변동성 클때 ‘무리행동’ 성향 강하게 나타나

정리=이규열 기자 ,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1-08-25 03:00 수정 2021-08-25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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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대 연구팀 5년 분석


블록체인 기술의 도래와 함께 등장한 암호화폐는 전통적 금융시장과 거래 방식에 대한 거대한 도전인 동시에 새로운 통화 및 투자 자산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연구들은 암호화폐 시장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고, 작은 외부 충격에도 매우 취약한 구조라고 경고한다. 더구나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무리행동(Herd Activity)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무리행동은 개인 투자자가 독립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집단의 투자 결정을 모방하는 현상이다. 금융시장의 안정적 작동을 해치는 가장 위험한 편향으로, 투기를 주도하며 시장의 불확실성과 가격 거품을 조성하는 이른바 ‘노이즈 투자자’를 시장에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인도 델리대 연구팀은 2015년 6월 1일부터 2020년 5월 31일까지 5년간, 83개의 개별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전체 시장의 일일 수익률을 바탕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암약하는 무리행동의 특징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의 수익률 증가세나 감소세가 점차 확대될 때, 개별 암호화폐 수익률이 시장수익률에 근접하는 무리행동 성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성향은 약세장보다는 강세장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고, 변동성이 낮은 기간보다 높은 기간에 훨씬 왕성했다. 또한 비트코인의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제외한 82개 암호화폐만을 대상으로 따로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시장의 큰 흐름에는 동조했지만 비트코인의 움직임에 동조하지는 않았다.

반면 2016∼2017년 비트코인 버블 기간에는 ‘반무리행동’ 또는 ‘역무리행동’ 현상이 나타났다. 즉, 투자자는 이 기간에 무리행동을 보이는 대신 자신의 투자기술에 의존해 암호화폐를 거래했다는 의미다. 더욱 흥미로운 건 암호화폐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발한 어마어마한 시장 교란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는 결과다. 암호화폐가 팬데믹이 초래한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연구 기간 암호화폐 시장의 최고 일일 수익률은 16%였고, 최저 수익률은 ―38.2%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반에 발생했다. 평균 일일 수익률은 약 0.1%를 기록해 예상 밖으로 저조했다. 암호화폐로 대박을 꿈꾸는 이들에겐 매우 실망스러운 통계일 듯하다.

암호화폐는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 수단, 추가적인 분산 투자 기회, 팬데믹이 불러온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서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시 미비로 노이즈 투자자와 투기, 탈세 및 불법 세력의 출입이 자유롭다. 설상가상으로 무리행동과 같은 편향이 상황을 악화시킨다.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일확천금의 신기루로 보고 홀린 듯이 무리행동을 한다면 암호화폐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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