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의사에서 한달 매출 2000만원 청년 농부로
무주=박영민 기자
입력 2021-08-24 03:00 수정 2021-08-24 03:25
[디지털 농업이 만드는 청년 일자리]무주서 녹각영지버섯 재배 이재훈씨
전북 무주군 부남면 면 소재지에서 하평당마을 방향으로 왕복 2차로의 한적한 도로가 나 있다. 차로 시골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이 길을 달리다 보면 검은색 차광막이 덮인 버섯재배사와 깔끔하게 지어진 농가 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청년에서 청년농부로 변신한 이재훈 씨(39)가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이 씨는 서울, 그 가운데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강남구 삼성동에서 병원을 하던 의사다. 이 씨한테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을 예약하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잘나가는 의사’였다.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쌓았던 이 씨가 2019년 6월, 갑자기 큰 결심을 했다.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도시 생활의 각박함에서 벗어나고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싶었다고 한다.
“남들 다 쉬는 휴일에도 환자를 돌봤어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삶의 질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고요.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데 ‘내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삶을 계속 사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어요.”
도시를 떠나서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던 이 씨였기에 주변 사람들은 “잠시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실 이 씨는 2018년부터 귀농 준비를 했다.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경기도 등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바쁜 시간을 쪼개 현장 실습 농장을 찾아다녔고 농사짓는 법을 하나하나 처음부터 배웠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는 ‘농촌에서 어떤 작물을 심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도 참 많이 했다.
결국 혼자 일하면서도 높은 소득을 낼 수 있고, 많은 사람이 알지만 저평가된 작물을 찾아야겠다고 맘먹었다. 그렇게 고른 것이 바로 ‘녹각영지버섯’이다. 녹각영지버섯은 우리 몸에 좋은 베타글루칸 성분이 일반 버섯보다 최대 4배 많다.
도시 생활을 하나둘 정리하고 농사지을 준비를 끝낸 뒤 2019년 6월 이곳 무주로 왔다. 직접 자재를 사고, 철근을 묶고 비닐과 단열재를 씌워 녹각영지버섯을 키우기 위한 198m² 면적의 재배사 6개 동을 지었다.
이 씨는 벌써 무주에서 두 번째 가을을 맞았다. 지난해부터 다 큰 버섯으로 즙을 만들어 팔았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쌓은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해 온라인에서도 제품을 홍보했다.
처음 팔기 시작했을 때 한 달에 5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났다. 크게 손해 본 장사는 아니었다. 입소문이 나고, 한번 먹어본 사람들이 다시 구매하면서 지난달에는 매출이 4배나 뛰었다. 올 2월부터는 베트남에 수출도 한다. 녹각영지버섯 재배의 경쟁력을 이 씨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이 씨는 “짧은 시간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사전 준비 때문이었다”며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꼼꼼히 기술과 정보를 쌓는 노력을 해야 실패하지 않고 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서울 강남구에서 의사로 일하다 2019년 귀농해 ‘청년 농부’로 변신한 이재훈 씨가 버섯재배사에서 작물을 관리하고 있다. 이재훈 씨 제공
전북 무주군 부남면 면 소재지에서 하평당마을 방향으로 왕복 2차로의 한적한 도로가 나 있다. 차로 시골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이 길을 달리다 보면 검은색 차광막이 덮인 버섯재배사와 깔끔하게 지어진 농가 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청년에서 청년농부로 변신한 이재훈 씨(39)가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이 씨는 서울, 그 가운데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강남구 삼성동에서 병원을 하던 의사다. 이 씨한테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을 예약하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잘나가는 의사’였다.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쌓았던 이 씨가 2019년 6월, 갑자기 큰 결심을 했다.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도시 생활의 각박함에서 벗어나고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싶었다고 한다.
“남들 다 쉬는 휴일에도 환자를 돌봤어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삶의 질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고요.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데 ‘내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삶을 계속 사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어요.”
도시를 떠나서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던 이 씨였기에 주변 사람들은 “잠시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실 이 씨는 2018년부터 귀농 준비를 했다.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경기도 등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바쁜 시간을 쪼개 현장 실습 농장을 찾아다녔고 농사짓는 법을 하나하나 처음부터 배웠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는 ‘농촌에서 어떤 작물을 심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도 참 많이 했다.
결국 혼자 일하면서도 높은 소득을 낼 수 있고, 많은 사람이 알지만 저평가된 작물을 찾아야겠다고 맘먹었다. 그렇게 고른 것이 바로 ‘녹각영지버섯’이다. 녹각영지버섯은 우리 몸에 좋은 베타글루칸 성분이 일반 버섯보다 최대 4배 많다.
도시 생활을 하나둘 정리하고 농사지을 준비를 끝낸 뒤 2019년 6월 이곳 무주로 왔다. 직접 자재를 사고, 철근을 묶고 비닐과 단열재를 씌워 녹각영지버섯을 키우기 위한 198m² 면적의 재배사 6개 동을 지었다.
이 씨는 벌써 무주에서 두 번째 가을을 맞았다. 지난해부터 다 큰 버섯으로 즙을 만들어 팔았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쌓은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해 온라인에서도 제품을 홍보했다.
처음 팔기 시작했을 때 한 달에 5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났다. 크게 손해 본 장사는 아니었다. 입소문이 나고, 한번 먹어본 사람들이 다시 구매하면서 지난달에는 매출이 4배나 뛰었다. 올 2월부터는 베트남에 수출도 한다. 녹각영지버섯 재배의 경쟁력을 이 씨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이 씨는 “짧은 시간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사전 준비 때문이었다”며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꼼꼼히 기술과 정보를 쌓는 노력을 해야 실패하지 않고 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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