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리콜 확대에 LG에너지솔루션 연내 상장 부담↑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1-08-23 13:06 수정 2021-08-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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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EV 리콜 대상 7만대 추가… 사실상 전 차종
“자체 조사 결과 최신 모델 화재 가능성” …LG 측에 공식 배상 요구
GM, 결함 원인으로 ‘배터리 모듈 제조 과정’ 지목
LG에너지솔루션 작년부터 ‘배터리 모듈’ 제조
LG에너지솔루션 연내 상장 앞두고 대규모 비용 발생 가능성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전기차 ‘쉐보레 볼트EV’ 배터리 화재와 관련해 비용 약 10억 달러(약 1조1835억 원)를 추가로 투입해 글로벌 리콜 규모 확대를 발표한 가운데 배터리 공급을 담당한 LG(LG에너지솔루션, LG전자)가 분주해졌다. 연내 LG에너지솔루션 상장(기업공개, IPO)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리콜 비용 발생에 따라 상장 전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LG는 지난 1분기 현대자동차 코나 배터리 화재 관련 충당금과 2분기 ESS(에너지저장시스템) 화재 관련 충당금 및 볼트EV 리콜 1차 충당금에 이어 이번 분기에도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해야 한다. 3개 분기 연속으로 화재 관련 충당금이 발생한 것이다. 충당금이 실적에 비용으로 반영되면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LG 측이 지난 10일 볼트EV 리콜 관련 1차 충당금을 정정공시 기한 일주일을 앞두고 급박하게 2분기 실적에 반영한 것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당시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인 LG화학은 각각 2346억 원과 910억 원 규모 충당금을 2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정정공시했다.
LG전자의 충당금 규모가 높게 설정된 이유는 결함 주요 원인이 배터리 모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상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의 충당금 규모를 소극적으로 설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이달 초 GM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볼트EV 1차 리콜 비용을 공개한 직후 LG 측에 약 9000억 원 규모 리콜 비용 분담을 비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측이 2분기 실적에 반영한 충당금은 총 3256억 원 수준으로 GM이 제시한 규모와 차이가 있다. 다만 LG는 공시를 통해 리콜 진행 상황에 따라 충당금 규모는 변동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LG 측은 “GM과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3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 화재 원인조사 결과에 따라 충당금 설정과 분담 비율 등이 정해질 예정”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대규모 충당금 설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
○ 작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모듈’ 제조… 복잡해진 충당금 분담 셈법
LG 측이 부담해야 하는 리콜 비용과 분담 비율 산정은 기존 1차 충당금 설정 때보다 복잡해질 전망이다. GM 배터리 리콜 관련 1차 충당금 설정 시 리콜 대상 차종은 볼트EV 2017~2019년식 모델에 한정됐다. 당시 LG 측은 해당 차종 배터리 모듈을 제조해 GM에 납품한 LG전자가 리콜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고 했다. 볼트EV 화재 주요 원인을 배터리 모듈 제조 과정에서 발견된 결함으로 판단하고 관련 이슈에 대한 책임 비중이 LG전자에게 쏠렸다. 2분기 실적에 반영한 충당금(LG전자 2346억 원, LG에너지솔루션 910억 원)을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2020년 10월부터 배터리 모듈 제조 업무는 LG에너지솔루션이 맡았다. LG전자로부터 관련 자산과 인력을 이관 받았다. 기존 고유 업무인 배터리 셀 생산부터 이를 묶어 배터리 모듈과 팩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LG에너지솔루션이 담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GM이 리콜 대상 차종 범위를 2020년식부터 2022년식 최신 모델까지 확대했다. 배터리 모듈 제조 업무 이관 시기를 고려할 때 2021년식과 2022년식 모델에 탑재되는 배터리 모듈은 대부분 LG에너지솔루션이 담당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모듈 제조 과정 결함이 화재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해당 업무를 담당한 LG전자가 관련 책임을 비중 있게 가져가야 한다는 LG 측 대응논리가 GM의 이번 리콜 확대로 설득력을 잃게 됐다”고 평가했다.

LG 측 기류도 변화된 양상을 보였다. 이번 추가 리콜에 대해 LG 관계자는 “화재와 관련된 명확한 원인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GM과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3사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쉐보레 볼트EUV와 볼트EV 2022년형. GM이 발표한 추가 리콜 대상에 포함되면서 국내 론칭 일정이 연기됐다.
○ 달라진 GM 분위기… LG 측에 비용 분담 압박 강도↑
GM의 이번 자발적 리콜 규모는 기존 리콜(6만9000대, 충당금 기준 1억 달러, 약 9200억 원)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이번 리콜과 관련해 GM은 LG 측에 공식적으로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협력 관계를 고려해 LG와 관련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결함 요인으로 LG 충북 오창공장 등 국내 사업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GM 측은 “최근 LG 제조 공정과 배터리 팩 분해 등 자체 추가 조사를 진행해 LG의 충북 오창공장 외 다른 LG 제조 공장에서 생산된 특정 배터리 셀에서 제조 결함을 발견했다”며 “이번 리콜 조치에 대한 비용 배상을 LG 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추가 리콜 규모는 지난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2019년식 볼트EV 9335대(미국 6993대, 캐나다 1212대), 2020~2022년형 볼트EV 및 볼트EUV(2022년형 볼트EV·볼트EUV 국내 미출시) 6만3683대 등 총 7만3018대다. 국내 판매 물량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GM은 현재 정확한 리콜 대상 규모를 파악 중이다.

GM은 기존 리콜 차량과 동일하게 공급된 배터리 셀에 음극 탭 결함 및 분리막 접힘 등 희귀한 2가지 제조 결함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발견돼 화재 위험성에 대비한 후속조치로 이번 추가 리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방 차원에서 결함이 있는 볼트EV와 볼트EUV 배터리 모듈을 새로운 배터리 모듈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EV에 탑재되는 배터리 팩
더그 파크스(Doug Parks) GM 글로벌 제품개발·구매·서플라이체인 총괄 부사장은 “안전과 소비자를 위한 올바른 일이 GM이 결정하는 모든 판단의 가이드가 된다”며 “소비자들은 완벽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GM의 조치와 약속을 확신해도 된다”고 말했다.

GM은 LG 측에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신규 배터리 모듈의 조속한 증산을 추진하고 있고 교체 부품이 확보되는 즉시 소비자에게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서는 모듈 교체를 받기 전까지 목표 충전 레벨 설정을 통해 최대 충전 용량을 90% 수준으로 변경하고 가급적 배터리를 수시로 충전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잔여 주행가능 거리가 약 113km(70마일)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운영하고 예방 차원에서 충전 후 차를 실외에 주차하고 장시간 충전 중인 상태로 차를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리콜 확대에 따라 GM이 추진 하는 볼트EV(EUV 포함) 배터리 화재 관련 리콜 규모는 총 14만1695대(일부 제외) 규모로 확대됐다. 리콜에 드는 비용 규모는 총 약 18억 달러(2조1303억 원) 규모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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