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치는 드론-자율주행 트랙터… 청년들, 첨단농업서 길 찾다

문경=구특교 기자 , 고양=주애진 기자

입력 2021-08-23 03:00:00 수정 2021-08-23 09: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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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농업이 만드는 청년 일자리]
표고버섯 스마트팜 운영 이현호 씨
“온-습도 원격조절로 사시사철 재배”




스마트팜이 꽃피워준 청년농부의 꿈



“스마트팜 덕분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며 농사를 짓네요.”

17일 오후 경북 문경시 표고버섯 스마트팜 재배 단지에서 만난 이현호 ‘A급농부’ 대표(29·사진)는 지난해 4월 이 단지에 입주한 ‘초보 농부’다. 농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법하지만 낮에 귀농 교육을 받고 버섯 운반에 필요한 지게차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는 여유도 누린다.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 덕분이다.

이 대표는 다른 일을 보면서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하우스 내부의 온·습도를 확인한다. 카메라로 내부 모습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스마트팜이 아니었다면 하우스에 대기해야 해 다른 생활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청년 농부들은 스마트팜을 활용해 농업인으로 성장하며 자신만의 시간도 누리고 있다.


청년들은 스마트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지난해 20, 30대 귀농 가구가 역대 최대(1362가구)였던 점도 이 같은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27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2021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박람회’에서 디지털 농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는 청년 농부와 기업의 혁신 기술, 지방자치단체 영농 정보를 소개한다.

농약 치는 드론-자율주행 트랙터… 청년들, 첨단농업서 길 찾다
〈1〉 청년 농사꾼들의 무한도전


경기 고양시에서 ‘일산쌀농업회사법인’을 운영하는 형제 이재광(오른쪽), 이재익 씨가 드론, 자율주행 트랙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고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8일 경기 고양시의 약 3967m² 논 위로 방제용 드론이 ‘위잉∼’ 소리를 내며 날자 여물지 않은 푸른 벼들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드론을 조종하던 이재광 일산쌀농업회사법인 대표(33)는 “7월 중순에서 8월 말까지 드론으로 2, 3차례 방제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논에 한 번 방제할 때 걸리는 시간은 6∼7분. 동생인 이재익 팀장(31)은 “형과 둘이 수작업으로 할 때는 30분 넘게 걸렸다. 이제 드론이 있으니 한 명만 있으면 충분하다”며 웃었다.

30대 형제가 운영하는 일산쌀농업회사법인은 경기 고양시의 9만9174m²에 이르는 농경지에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는 모내기 때 자율주행 트랙터를 처음 도입했다. 자동으로 간격을 맞춰 적당한 깊이로 논을 갈아주는 농기계다. 이 대표는 “디지털 기술 덕에 작업량을 줄이면서도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고 했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청년 농부들이 농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드론, 자율주행 트랙터 등 디지털 농기계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스마트팜이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약해 준다. 디지털 기술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농업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셈이다.


○ 할아버지는 쟁기 썼지만 손자는 자율주행 트랙터
이 씨 형제는 고양시에서 3대째 벼농사를 짓고 있다. 농업을 선택했지만 옛날 방식대로 농사를 짓고 싶지는 않았다. 2014년 법인을 설립한 뒤 단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 대표는 “농업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더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경험이 없는 청년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드론으로 논을 촬영한 항공사진을 데이터화하고, 경기도와 협업해 논에 물을 대는 관개시스템을 자동화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형제가 만든 프리미엄 쌀인 ‘촉촉한 쌀’과 가공식품 ‘가와지 현미칩’은 온라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생산량이 늘면서 연매출은 해마다 전년 대비 150%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 대표의 꿈은 예비 청년 농부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팅 회사’를 키우는 것이다. 그는 “식량산업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농업의 미래가 밝다”며 “청년들이 농업에서 가능성을 찾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 스마트팜 애플망고, 홍콩 수출길 올라
전남 영광군 ‘망고야농장’의 박민호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스마트팜에서 애플망고를 들고 웃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해 애플망고를 홍콩으로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박민호 대표 제공
전남 영광군 ‘망고야농장’의 박민호 대표(33)는 스마트팜에서 애플망고를 키우는 청년 농부다. 그는 “자동으로 일조량과 온도를 조절하고 물을 주는 스마트팜 덕분에 애플망고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었다”며 “일반 비닐하우스에서 키울 때보다 수확량도 5배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파프리카 재배로 농업을 시작한 박 씨는 애플망고로 전환한 지 8년 만에 농장을 연매출 20억 원 규모로 키웠다. 지난해 8월에는 홍콩으로 애플망고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농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고 내가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둘 수 있다”며 “디지털 기술 덕분에 농업이 더 발전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농업 중에서도 스마트팜은 ‘초보 농부’가 농업에 쉽게 진입하도록 돕는다. 경북 문경시에서 표고버섯 스마트팜 농장을 운영하는 이현호 ‘A급농부’ 대표(29)도 지난해 4월 농사를 시작했지만 스마트팜 덕분에 올해 매출 1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표고버섯은 온·습도 변화에 민감해 영농 초보가 접근하기 까다로운 작물로 꼽힌다. 하지만 스마트팜 기술이 하우스 온·습도를 자동 조절해준다. 이 대표는 “스마트팜이 온·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니 영농 초보도 기본 기술만 익히면 손쉽게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을 위한 정부의 스마트팜 지원사업도 인기를 얻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4, 5월 스마트팜 교육생을 모집한 결과 청년 625명이 지원해 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의 80% 이상은 농업이 아닌 다른 분야를 공부한 청년이었다.


○ 디지털로 무장한 청년 농부, ‘농업외교관’ 꿈꾼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농업 유통에도 새로운 길을 터주고 있다. 청년 농부들은 주로 온라인 플랫폼이나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키운 농산물을 직접 판매한다. 농사를 짓지 않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농업 유통에서 기회를 찾는 청년들도 있다.

네덜란드, 미국에서 선진 농법을 공부한 최대근 씨(33)는 지난해 농산물 직거래 유통 플랫폼 ‘파미너스’를 열었다. 그가 직접 방문해 확인한 농가의 농산물만 직거래로 판매한다. 파미너스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문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최 씨는 “유학 시절 한국의 우수한 농산물이 외국인들에게 제대로 알려질 수만 있다면 수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언젠가 세계에 한국 농식품을 알리는 ‘농업외교관’이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나처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생산, 유통 등 다양한 농업 분야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막막했던 귀농, 직접 살아보니 길이 보여요”
88개 시군 ‘농촌 살아보기’ 프로그램, 농촌서 최대 6개월 머물며 체험

“농촌에서 한 번 살아본 뒤 가지 농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이달 초까지 경북 의성군에서 두 달간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재혁 씨(27)는 막막했던 귀농을 결정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이 최대 6개월간 농촌에 거주하며 일자리와 생활을 체험하는 사업이다. 도시민들이 귀농·귀촌을 맛보기로 체험해 보며 결정하고 자연스럽게 정착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요즘 20, 30대 청년들은 농촌에서 시험 삼아 살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며 농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서나 해외여행의 대안으로 농촌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 농업, 농촌이 주목받고 있다.

대전에 살던 이 씨는 친구를 도와 농산물 유통업을 했다. 하지만 이 일만으로는 나중에 가족을 부양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접 농장을 짓고 작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귀농은 가보지 않은 길이라 결심하긴 쉽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구체적인 귀농 계획을 세우게 됐다. 이 씨는 의성에서 가지, 사과, 마늘 등 다양한 농가를 체험했다. 농가 주인들의 설명을 듣고 나서 상대적으로 초기 자본이 적고 성장이 빠른 가지를 택하게 됐다. 그는 “막연히 홀로 농촌으로 내려왔다면 가장 적합한 작물을 고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살던 유현영 씨(25)도 올 5월부터 10월까지 충북 제천에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마을 주민 공유지인 청년농장에서 영농 실습을 하거나 창업 지원 관련 일자리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제천으로의 귀촌을 계획 중이다. 댄스 강사로 활동한 경력을 활용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치유농업은 농촌에서 정원을 가꾸거나 반려식물을 키우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활동이다. 유 씨는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농촌에서 ‘치유댄스’나 ‘치유농업’으로 힐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올 3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시작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88개 시군, 104개 마을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517가구가 신청했다. 유형에 따라 △귀농형 △귀촌형 △프로그램 참여형으로 나뉜다. 참가자에게는 주거 공간이 무료로 제공된다. 매달 15일간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하면 연수비 30만 원도 받을 수 있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귀농귀촌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문경=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고양=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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