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자수에서 현대 귀고리까지… 국내 공예의 변천 한눈에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8-23 03:00:00 수정 2021-08-23 03:05:5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옛 풍문여고 리모델링 ‘서울공예박물관’
개관식 무산에도 사전예약 매진 행렬
6개동 8개관서 8개 상설-기획전 열려
보자기-자수 체험공간도 마련… 무료


이 전시가 열리는 전시 1동 옆으로 안내 동이 보인다.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오른편으로 1분 정도 걸으면 넓은 마당이 나온다. 담장과 문이 없는, 누구나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이곳은 지난달 16일 종로구에서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공립 공예박물관이다. 서울시가 공예문화 부흥을 위해 옛 풍문여고 부지를 2017년 매입해 리모델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관식이 무산되는 와중에도 관람객들의 방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루 6회, 회당 90명까지 온라인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데, 22일 기준으로 다음 달 7일까지 예약이 모두 찼다.

총 6개동, 8개관으로 구성된 박물관에서는 4개의 상설전과 4개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고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공예사를 연대순으로 살피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를 필두로 한 상설전은 전통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비해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등의 기획전은 현대공예의 세련미에 주목하고 있다.

‘자수, 꽃이 피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상설전은 한국자수박물관의 허동화 박영숙 씨 부부가 기증한 5000여 점 중 356점으로 꾸려졌다. 자수전에서는 현존하는 자수 유물 중 가장 오래된 4첩 병풍 ‘자수사계분경도’(보물 제653호)를 감상할 수 있다. 고려 말 작품으로 연꽃, 매화 등 사계절을 상징하는 그림이 눈길을 끈다. 보자기 전시에서는 귀중품과 옷, 가구를 싸기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크기와 소재의 보자기를 선보인다. 보자기를 직접 싸보거나 자수를 놓아보는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광복 후 현대공예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한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기획전 중 유리공예 작품들.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전시 1동에서 열리는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기획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1960년대 후반 외국의 도자공예를 배우고 귀국한 도예가들을 중심으로 대학에서 도예 실기교육이 이뤄졌다. 이후 전통 도자기의 형식을 변형하거나, 실용성보다 예술성을 강조한 공예작업이 본격화됐다. 익숙한 듯 새로운 현대공예 작가 80명의 작품 185점을 통해 도자, 목공, 유리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한 현대공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같은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귀걸이, 과거와 현재를 꿰다’ 기획전도 빼놓을 수 없다. 한쪽 끝에 홈을 내 사용하는 신석기시대의 고리모양 귀고리, 금과 보석을 더해 길고 화려하게 만든 삼국시대 귀고리, 플라스틱·한지·쌀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개성 강한 현대 귀고리까지. 인류가 즐겨 착용한 귀고리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귀에 구멍을 뚫는 대신 귓바퀴에 거는 조선시대 귀고리를 보면 그 시대의 사회상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귀를 뚫은 흔적으로 조선인과 외국인을 판별할 정도로 남성의 귀고리 착용이 성행했다. 하지만 성리학자들의 반대로 1572년 선조는 남성의 귀고리 착용을 국법으로 금했다.

박물관 곳곳에 놓인 의자들도 공예가들의 작품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하루 만에 박물관을 모두 둘러보기는 힘들다. 전시품이 많은 데다 전시장 구조도 초행길에는 다소 복잡할 수 있다. 산책하듯 들러 서서히 익숙해지면 좋을 공간이다. 박물관 중간에 400년 넘은 은행나무 아래에 놓인 이재순 작가의 석문 ‘화합Ⅰ’과 돌벤치 ‘화합Ⅱ’는 언제든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밖에 놓인 의자들도 공예작품이라 일상에 스며든 공예의 소중함을 경험할 수 있다. 모든 전시 무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