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사는 심정으로”… 청약통장 가입자 수 2800만명 돌파

정순구 기자

입력 2021-08-23 03:00:00 수정 2021-08-23 03: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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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산정시 기준되는 아파트, ‘주변 500m내 20년 미만’으로 규정
‘로또 청약’ 열풍 부추긴다는 지적도… 시세차익 15억 달한 미분양 추첨
5채에 25만명 몰려 열기 입증



내년 초에 결혼할 예정인 직장인 홍모 씨(30)는 올해 4월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했다. 부동산에 거의 관심 없던 그가 청약통장에 가입한 것은 신혼집을 구하며 박탈감을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만 4년째 대기업에 다니며 착실히 모아온 월급은 아파트 전세금을 내기에도 빠듯했다. 그는 “전세대출 등으로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청약점수가 높아지는 40대 중후반에 당첨되지 않겠느냐”며 “그때까진 꾸준히 청약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국내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지난달 2800만 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집값 상승세가 다시 거세진 상황에서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며 ‘로또 청약’을 기대하는 수요자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저축, 청약예금·부금) 가입자는 2805만480명으로 사상 처음 28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주민등록인구(5167만 명) 절반 이상은 청약통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2010년 10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후 최대 수준이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해 11월 2700만 명을 넘어선 지 8개월 만에 100만 명이 추가되는 등 매달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분양가상한제로 주요 지역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기대감에서 너나할 것 없이 청약에 뛰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달 11일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개포자이’의 줍줍(미계약분 청약) 5채 공급에는 25만 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전용면적 84m²가 14억 원 초반대에 공급돼 30억 원이 넘는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15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제도가 ‘로또 청약’ 열풍을 부추긴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인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주요 지역에서 신축 아파트 수요는 크지만 공급은 더딘 곳이 많다. 특히 준공 5년 차 이하 신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분양가 산정 기준에 따르면 ‘사업지 인근 500m 이내에 있는 준공 20년 미만의 아파트 매매가격’을 반영해야 한다. 신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가격은 20년 내외 아파트 수준으로 책정하다 보니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 대출 규제도 청약 열풍의 이유 중 하나다. 청주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김모 씨(34)는 지난달 세종의 ‘세종자이더시티’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탈락했다. 올해에만 벌써 다섯 번째 실패다. 그는 “기존 아파트는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데 가격도 높아 접근 자체가 어렵다”며 “분양가 9억 원을 넘지 않으면 중도금 대출이 나오는 청약이 무주택자들에겐 ‘유일한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신규 분양 단지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이나 세종, 지방 광역시 청약경쟁률은 이제 100 대 1이 넘어도 놀랍지 않다”며 “당첨자 선정이나 분양가 결정 방식이 적합한지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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