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냉매’ 프레온가스 퇴출해 오존층 보존… 기온 1도 상승 막았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8-23 03:00:00 수정 2021-08-23 04:35:4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 34년 효과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채택되면서 프레온가스 사용이 금지됐다. 사진은 버려진 프레온가스 용기들. 사진 출처 유엔
남극의 오존 구멍 변화를 나타낸 사진. 왼쪽 반구는 관측 이래 오존 구멍이 가장 컸던 2006년 9월, 오른쪽 반구는 관측 이래 오존 구멍이 가장 작아진 2019년 10월의 모습이다. 사진 출처 유엔·미국항공우주국(NASA)

한때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매로 쓰이던 프레온가스(CFC)는 독성 없는 ‘꿈의 냉매’로 불렸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태양 자외선을 흡수하는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각국은 198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모여 오존층 파괴 물질 규제에 관한 국제 기후협약인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했다. 프레온가스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대체 물질을 개발해 사용을 독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선진국에서는 1996년부터, 개발도상국에서도 2010년부터는 사용이 완전 금지됐다.

의정서는 7월 현재 세계 197개국이 참여한 사상 최대의 전 지구적 협약으로 확대됐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몬트리올 의정서야말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단일 국제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1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채택되면서 2100년까지 기온이 최대 1도 상승하는 상황을 저지했다는 영국 랭커스터대 환경센터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소개하며 의정서의 과학적 성과를 조명했다.

○ “의정서 없었다면 재앙 맞았을 것”
오존층은 사람 몸에 직접 닿으면 해로운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해 지표면에 닿는 것을 막는다.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유해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단백질과 세포의 DNA가 손상돼 성장이 멈추고 생명을 잃는다. 식물들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식물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오존층이 유지돼야 식물들이 잘 자라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도 잘 흡수할 수 있다.

랭커스터대 연구팀은 여기에 착안해 오존층이 파괴된 정도에 따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감을 분석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오존층 파괴 정도에 따른 유해 자외선의 지표면 유입을 계산했다. 그런 다음 유해 자외선 양에 따라 식물에 미치는 손상을 분석한 기존 연구들을 활용해 광합성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식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산출했다.

연구팀은 의정서가 채택되지 않았을 경우 2099년까지 이산화탄소 3250억∼6900억 t이 더 배출됐을 것이란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40억 t임을 감안하면 약 10∼20년 치가 추가로 배출됐을 것이란 해석이다. 연구팀은 “이는 지구 기온 약 0.5∼1도를 추가로 상승시킬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며 “의정서를 채택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재앙적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도 최근 몬트리올 의정서의 과학적 효과를 소개한 보고서에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유엔은 “의정서가 없었다면 오존층 파괴 물질만으로 2070년까지 지구 기온이 평균 2도 이상 상승했을 것”이라며 “이미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약 1350억 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 대체 물질 개발, 전 지구적 공동 대응 시급
이런 성과는 의정서 채택 이후 오존층을 보호하고 프레온가스 대체재를 개발하기 위한 각종 연구지원기금이 조성된 결과로 평가된다. 1991년 첫 기금이 조성된 이후 약 39억 달러(약 4조6000억 원)가 모였고 지금까지 약 8600개 연구를 지원했다.

각국은 오존층 파괴 물질 사용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동시에 대체 물질을 개발하고, 개발에 성공한 뒤에는 기존 오존층 파괴 물질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프레온가스는 소화기용 분말 약제로 사용하는 할론가스와 함께 가장 먼저 금지 물질에 포함됐다. 프레온가스의 대체 물질로 쓰는 수소화염화불화탄소(HCFCs)도 2차 규제 물질로 분류해 2030년까지 퇴출할 예정이다. HCFCs는 오존 파괴 정도는 낮았지만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산화탄소의 2000배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존층 파괴 물질 금지에 이어 의정서에 또 한번 기대를 거는 이유다.

몬트리올 의정서 이후 등장한 후속 기후대응 협약과의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온실가스 감축에 중점을 둔 1997년 교토 의정서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시기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억제하는 내용의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국제적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전 지구적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달 12일 공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년부터 2040년 사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IPCC 보고서 총괄주저자로 참여한 이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9일 기상청의 IPCC보고서 관련 브리핑에서 “하루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온난화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며 “여전히 2100년까지 1.5도 이하로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